[기자의 창] ‘샤넬’은 그저 명품이 되고 싶은 사치품인가

발행 2024년 03월 28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지난달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샤넬’의 영업 중단 사태가 업계의 화젯거리다.

 

샤넬 측은 자신들의 옆 공간에서 진행된 구찌의 CD 사바토 데 사르노의 데뷔 컬렉션팝업이 매장을 가린다며 백화점 측과 갈등을 빚다, 지난 2월 28일 일방적으로 영업 중단을 결정해버렸다.

 

샤넬코리아 측은 영업 중단을 알리며 “갤러리아가 당사 부티크 앞에 가시성과 운영 환경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팝업 설치를 진행하기로 해 운영중단을 결정했다. 부티크 환경에 대한 당사와의 계약을 위반하며 25년간 양사가 공유해온 파트너십을 중대하게 저해하는 갤러리아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갤러리아 측은 매우 당혹스럽다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협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을 뿐, 구찌 팝업이 끝날 때까지 샤넬의 영업을 재개시키지 못했다. 샤넬은 3층에 위치한 슈즈 매장만 영업을 유지하고, 결국 구찌의 팝업이 끝난 이후인 16일부터야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갤러리아는 무려 18일간 문 닫은 샤넬을 지켜봐야 했지만, ‘슈퍼 을’인 샤넬은 별다른 패널티 없이 영업 중이다. 갤러리아, 특히 명품관은 명품이 매출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고, 명품 중에서도 이른바 ‘에루샤’는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뿐 아니라 어느 유통사라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 자릿수 수수료, 좋은 위치, 인테리어 지원, 오픈 시점을 정하는 권한까지 치열히 유치 경쟁을 하며 명품 브랜드 사에 최대한 맞추는 입장이다.

 

메이저 명품이 있는 점포와 없는 점포의 매출 차는 크다. 대구 신세계의 경우 에루샤 유치 후 해당 지역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 한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는 그럴 일도 없지만, 일방적 영업 중단을 했다면 철수는 물론 매출 손실에 대한 배상 등 강력한 조치가 이뤄졌을 일이다. 백화점의 성장 발전에 오래 기여했어도 점점 밀려나는 찬밥 신세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샤넬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이슈를 계기로 2009년 1월 롯데와 매장축소 신경전으로 7개 점을 철수하는 강수를 뒀던 일이 다시 떠올려지고 있다. 2016년 증축 오픈한 신세계 강남점의 샤넬 리뉴얼 비용 40여 억 원을 신세계가 부담했다는 뉴스, 매장 오픈 때 가시성을 저해한다며 기존 시설 변경을 요구한 여러 사례들도 한꺼번에 다시 회자 되고 있다.

 

유통사뿐 아니다. 소비자에 대한 갑질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샤넬은 매년 두 차례 이상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그런데 개인정보 유출, 판매유보고객(일정 기간 매장 방문과 구매가 금지되는 고객) 지정, 매장 방문객 개인정보 기재 후 입장 대기 번호 발행 가능(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과태료 처분),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내 상품평 게시 제한(구매 소비자 상품평 샤넬닷컴 승인 후 게시 가능) 등 국내 소비자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들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사태도 갤러리아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샤넬의 행보라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갑작스런 상황에 헛걸음을 한 고객들에게 구매나 교환이 필요하면 인근의 서울 플래그십 매장으로 가라는 안내만 이뤄졌다. 소비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중단이라는 점이 매우 아쉽다.

 

이렇게 해도 살 거라는 자신감, 이게 격 있고 품위 있다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다.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면 명품이 아닌, 그저 비싼 사치품으로 불리는 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조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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