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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출처=게티이미지 |
나에게는 매일 감사하게도 좋은 글을 보내주는 이가 있다. 최근 받아본 글은, 모 기관의 연구 결과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장기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항상 생각하면서 긴 시간적 수평선 위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해 왔다”는 에드워드 밴필드(Edward Banfield) 하버드대 교수의 글귀를 읽으며, 장기적 관점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했다.
2020년 미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한 한국 화장품은 선크림 SPF(자외선차단지수) 조작 논란으로 판매 중단과 반품, 소비자 소송 등에 처했다. 국내 한국피부과학연구원 안인숙(유튜버인 화잘알 안언니) 원장 역시 국내 판매중인 SPF 50 제품 중 화장품 랭킹 상위권 제품들 대부분이 수치에 크게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인지도 높은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제조사, 브랜드사, 유통사 모두가 당황했고, 누구의 잘못인가에 대한 원인 파악이 시작됐다.
국내 브랜드사들의 경우 K뷰티 바람을 타고 해외 수출과 브랜딩으로 성장하다 보니 제조사들의 제안에 맞춰 제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표기된 SPF 수치에 대해 의심을 한 회사는 거의 없었다. 자체 연구소를 가진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브랜드사에서도 제형과 사용감에 대한 고민은 했지만 기능성 수치 오류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법의 빈틈과 저렴하지만 사용감이 좋고, 기능성 수치는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만 하는 제조사의 니즈로 위법은 아니지만 소비자 기만이 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사들 간의 소비자 대응 및 대책 마련에서 보인 큰 차이다. 각 회사들의 상황은 모두 달랐는데 대부분 크게 성장한 기업이거나 또는 컨셉을 잘 잡아서 빠르게 성장을 시작한 기업들이 많았다. 같은 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부러워할 만큼 잘 알려진 브랜드였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기업도 있었고, 정말 중요한 해외 수출 계약을 앞둔 기업, 국내 최대 H&B스토어에서의 브랜드 행사를 준비중인 기업 등 잘못 대응하면 너무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브랜드를 직접 언급할 수는 없지만 다른 브랜드사들이 제조사에 확인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사이 소비자를 우선으로 생각한 몇몇 기업의 대표들은 유통사 대표와 함께 연구원을 찾아가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먼저 사과하고 간편한 환불 방법을 안내했다. 동시에 제조사를 신속히 변경하고, 정확한 수치가 나오는 제품을 개발해 임상을 진행하며, 신속히 대응했다. 반면 어떤 기업들은 조용히 기존 제품을 대폭 할인해 처분하고, 제조사를 살짝 변경해 수치가 나오는 제품으로 바꾸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의 구매를 통해 성장함을 인식하고 있는 회사들은 소비자를 최우선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며, dnl기를 기회로 만들어낸다. 화장품 업계나 소비자 커뮤니티는 이미 어떤 브랜드가 장기적 시각을 가진 회사의 것인지 알게 되었다. 판매량이 그것을 보여준다.
잘못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곧 감독기관의 조사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후에는 바로 사과하고 대응한 곳과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던 곳, 무대응으로 일관한 곳 각각의 사뭇 다른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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