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한 번이면 충분하다

발행 2026년 11월 0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 딸아이가 갖고 싶어 하던 게임기를 당근에서 구매한다고 했다. 얼핏 전자상가나 모바일 쇼핑에서 구매하지 않고, 당근에서 사려하는 게 의아했지만, 워낙 인기 많은 게임기여서 재고가 없고 대기가 매우 긴 상태라고 했다. 당근이면 중고일테니, 새것보다 얼마나 싼지 물어봤더니, 거의 차이가 없었다. 대기하지 않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당근에서 바로바로 거래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후 당근으로 구매한 게임기를 아직 배송받지 못했다는 딸아이 말에 내심 놀라며 이유를 묻자, 대면 거래가 아닌 '바로구매'로 샀는데 차일피일 배송을 미룬다고 했다. 기분이 싸~했다. 딸아이도 나름 꼼꼼한 편이라, 거래상대방의 과거 신용도를 확인하고 입금했는데, 갑자기 장모님이 쓰러지셨다는 등 실소를 금치 못할 핑계들로 대학생 구매자에게 배송을 미루고 있었다.

 

나는 즉시 딸아이에게 그 거래 취소를 요청하고 매도자에게 환불을 요구하라고 했지만, 딸아이는 며칠을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러한 스트레스의 과정을 겪어보는 것도 앞으로 살아가는데 유용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딸아이 의견에 동의하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결론은 이랬다. 딸아이는 급기야 환불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통보했고, 그것도 지저분하게, 두 번에 걸쳐 환불을 받았다. 딸아이는 일주일 넘게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값진 교훈을 얻었고, 나는 내 가족의 좋지 않은 경험을 옆에서 직관하며 다시 한번 거래와 투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증권사에서 상장주식 유가증권 투자를 하다 비상장주식을 투자하게 되었고, 나아가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한 것이 대략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비상장기업 또는 스타트업 창업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기존 상장 기업을 분석해 투자하던 방식과 결이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사람이 소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해야 하므로, 창업자와의 미팅에서 받은 인상이나 내가 내린 결정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

 

물론 창업자와의 미팅 횟수는 많을수록 좋지만 대부분은 한계가 있다. 특히나 좋은 딜일수록 제한된 횟수의 미팅만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한두 번의 미팅에서 받은 인상과 그에 따른 판단, 직관은 더 정확해진다. 판단이 부정적일 경우 곧바로 깔끔하게 투자 검토를 중단한다.

 

위에서 언급한 딸아이의 사례처럼 작정하고 속이려 하는 경우는 투자시장에서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창업자의 '스타일'이 투자자에게 잘 맞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 후에 겪게 될 스트레스를 고려해 대부분이 투자 검토를 중단하게 된다.

 

한두번의 미팅으로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반복하다 보면 후회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판단을 믿게 된다. 투자도 사람의 일이고, 투자자 자신이 살아오면서 확립하게 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상식'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판단이 상식적인 선에서 결정된 것이고, 그렇기에 사람을 잘못 볼 가능성이 낮다고 투자자 스스로를 믿어야 스타트업 투자는 가능하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TOP뉴스 더보기

데일리뉴스 더보기

인터뷰 더보기

APN tv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많이 본 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