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길]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 '크리에이터'

발행 2026년 09월 30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성길의 '마케팅 바이블'

 

사진=무신사 캡처

 

무신사에는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입점 브랜드가 무신사에서 활동하는 4천여 명의 패션 크리에이터에게 제품을 협찬해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다.

 

고객 체험단, 메타 협력 광고와 함께 파트너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묶여 있고, 이용에 별도 광고비는 붙지 않는다. 풀을 모으고 관리하는 일도, 매칭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일도, 앱 안에 노출을 붙여주는 일도 모두 무신사의 몫이다. 그럼에도 값을 받지 않는다. 팔 물건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에게 제공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값을 받지 않는 이유는 다른 데서 회수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는 입점 브랜드의 상품에 관심과 신뢰를 만들고 구매로 이어진다. 거래액은 무신사에 남는다. 동시에 브랜드는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마케팅을 플랫폼의 지원으로 해결한다. 떠날 이유가 하나 줄어든다. 구매 전환과 파트너 락인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다.

 

값을 매겼다면 이 구조는 성립하지 않는다. 광고비를 받으면 매출은 생기지만 쓰는 곳이 줄어든다. 무신사 설문에 응한 입점 브랜드 가운데 67퍼센트는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이었다. 크리에이터를 직접 섭외하고 관리할 여력이 없는 규모다. 이들이 써야 플랫폼에 콘텐츠가 쌓이고, 콘텐츠가 쌓여야 브랜드가 남는다.

 

크리에이터를 사업에 쓰는 방식은 오랫동안 마케팅이었다. 1세대는 노출을 샀다. 협찬과 브랜디드 콘텐츠이고, 단위는 CPM(노출 1천 회당 비용)이었다. 크리에이터는 지면이었다. 2세대는 판매를 샀다. 어필리에이트(제휴 판매)이고, 단위는 CPS(판매 건당 비용)다. 크리에이터는 밖의 트래픽을 안으로 밀어 넣는 채널이 됐다.

 

2세대는 분명한 진전이었다. 다만 요율로 맺은 관계는 요율로 유지해야 한다. 7퍼센트는 10퍼센트를 이기지 못한다.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에게는 플랫폼과 에이전시, 벤더가 모여들고, 그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옮겨간다. 돈으로 묶은 관계는 돈으로 풀린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를 노출이나 전환이 아니라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쓰려는 곳이 늘고 있다. 무신사와 29CM, 컬리, 오늘의집, 쿠팡, 토스, 네이버가 저마다 크리에이터를 자사 생태계 안에서 활동하게 만들려 한다.

 

무신사의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가 그 하나다. 브랜드가 무신사를 고르는 이유 목록에 크리에이터 4천 명이 들어간 순간, 그 풀은 파는 물건이 아니라 플랫폼의 경쟁력이 된다.

 

29CM가 지난 8월 연 이구홈 갤러리도 같은 맥락이다. 29CM에서 산 물건으로 꾸민 공간과 후기가 앱 안에 콘텐츠로 쌓이고,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그것을 보다가 상품을 발견한다. 이용자와 파트너사 양쪽을 동시에 겨냥한 설계다.

 

결국 두 가지로 모인다.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안으로 모을 것인가, 그리고 모은 이들을 어떻게 써서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바꿀 것인가. 모으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수익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정과 명예, 성장의 경로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맞물려 돌아가야 사람이 남는다.

 

쓰는 일은 더 어렵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결과물을 이용자와 파트너사 모두가 만족할 경험으로 바꿔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미룰 수는 없다. 크리에이터가 미디어의 기본 단위가 된 지금, 잘 모으고 잘 쓰는 능력이 플랫폼의 경쟁력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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