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명품 브랜드의 '생존 과제' 부상
해외소식
발행 2026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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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교의 '진짜 이커머스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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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이커머스의 집객 구조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뀌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탐색하는 첫 번째 접점이 검색엔진에서 생성형 AI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근용 재킷 추천해줘", "이 브랜드 평가 어때?"라는 질문이 이제 구글이나 네이버가 아닌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를 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 언급이 아니다. 실제 데이터가 이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를 운영하는 커넥트웨이브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년간 생성형 AI 플랫폼을 경유한 다나와 방문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플랫폼별로는 제미나이가 910%로 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챗GPT와 퍼플렉시티도 각각 92.5%, 91.8% 늘었다. 주목할 점은 이 방문자들이 단순 정보 탐색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유입된 방문자 중 33%가 실제 제휴 쇼핑몰로 이동했다. 가격 비교를 넘어 구매 탐색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가트너는 이미 2026년까지 전통 검색엔진 이용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검색 분석 도구 에이치레프스(Ahrefs)의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I 검색 레퍼럴 트래픽이 1년 사이 9.7배 증가했고, AI를 통해 유입된 방문자는 일반 유입 대비 페이지뷰가 50% 높고 이탈률도 낮았다. 트래픽 규모는 아직 작지만, 유입의 질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히 '검색창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링크 목록을 나열하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직접 생성하면서,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그 답변 안에 인용하거나 추천하거나, 혹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사이트 방문 없이 AI 답변만으로 의사결정이 완결되는 이른바 '제로 클릭' 소비가 확산되고 있고, AI 답변에 등장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비교 검토 대상 자체에서 제외된다. 경쟁사 사이트가 AI 답변의 근거로 인용되는 동안, 자사 사이트는 클릭 한번 없이 존재가 지워지는 구조다.
이 흐름이 SEO(검색엔진 최적화) 중심으로 마케팅을 설계해 온 패션 이커머스 담당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크다. SEO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SEO만으로는 AI 시대의 고객 접점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즉 생성형 엔진 최적화다.
GEO는 SEO의 연장선이지만, 게임의 규칙이 다르다. SEO가 '검색 결과 몇 위에 올리느냐'의 싸움이라면, GEO는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우리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인식하게 만드느냐'의 싸움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AI 크롤러가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AI가 해당 페이지를 찾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AI가 실제 질문에 대한 답변의 근거로 삼을 만한 구조화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AI는 경쟁사 사이트를 대신 인용한다.
실제로 GEO 대책을 시작하려는 기업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벽은 세 가지다. 어느 페이지가 AI에게 읽히지 않는지 모른다는 것, 무엇을 보완해야 AI가 인용하는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시행 후 실제로 개선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GEO가 SEO보다 막막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색 순위는 숫자로 보이지만, AI 답변 속 브랜드의 존재감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현재 자사 브랜드가 각 생성형 AI에서 어느 정도 언급·추천·인용되고 있는지를 수치로 측정하는 것이다. 언급율, 추천율, 실제 인용율, 경쟁사 대비 점유율을 베이스라인으로 잡아야 이후 개선의 기준이 생긴다. 다음으로는 AI가 읽고 인용하기 쉬운 구조로 콘텐츠를 보완하는 작업이다. 회사 개요, 서비스 설명, 상품 정보, FAQ 등 AI 답변의 근거가 되기 쉬운 형식으로 정보를 재구성해 게재한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게재 이후에도 인용 성과를 지속적으로 계측하고, 측정→개선→재계측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한 가지 반가운 흐름도 있다. 이미 EC 사이트가 보유한 상품 정보, 브랜드 소개, 리뷰, FAQ 같은 기존 콘텐츠 자산을 AI 크롤러가 읽기 좋은 구조로 자동 변환하고, 각 생성형 AI에서의 인용 성과를 실시간으로 추적·개선하는 솔루션이 실제로 등장해 있다. 처음부터 새 콘텐츠를 만들 필요 없이 이미 쌓아둔 자산을 GEO에 맞게 재정비하는 방식이어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관심 있는 담당자라면 지금 바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 만하다.
패션 산업에서 이 흐름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패션은 소비자의 탐색 언어가 유독 풍부한 영역이다. "봄 소풍에 어울리는 편한 원피스", "체형 커버 되는 오피스룩" 같은 질문은 이미 생성형 AI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이 탐색의 출발점에서 브랜드가 AI의 답변 안에 등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향후 유입 구조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가 된다.
SEO에 공들였던 것처럼, 이제는 AI 답변 안에서 브랜드의 자리를 만드는 작업에도 같은 수준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이 검색창 대신 AI에게 묻기 시작한 지금, 우리 브랜드는 그 답변 안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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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교 플래티어 '그루비' 사업부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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