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창] K뷰티의 미래를 의심하는 그대에게

발행 2026년 10월 21일

정지은기자 , jje@apparelnews.co.kr

기자의창

 

올리브영 N성수 /사진=어패럴뉴스DB

 

"K뷰티 인기, 언제까지 갈 것 같아요?"

 

요즘 현장에 나가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일시적인 유행일 수 있다는, 그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숫자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올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70억 달러에 달했다. 지금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5년 안에 세계 수출 1위에 오른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틱톡 등 SNS를 통해 인기를 얻은 한국 화장품은 마케팅의 결과물이어서 언젠가는 꺼질 거품이라고 평가한다. 그 바탕에는 '본질'은 취약할 것이라는 의심이 깔려 있다.

 

명동 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킨케어 제품과 마스크팩을 쓸어 담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반도체 세계 1위, 자동차 3위, 조선 1위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기업 간 거래의 제조업이었다. 화장품, 패션, 식품 등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소비재 분야에서 1등을 해 본 적이 없고, 긴 세월 소위 선진국이라 동경하던 나라의 품질과 브랜드를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K팝과 K드라마가 인기인 줄은 알았지만, '코리아'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 나라 경제에 뭐가 좋은지 수치로 확인할 길도 없었다.

 

그런데 대표적인 소비재 중 하나인 화장품이 세계 1위를 내다보는 위치에 올랐으니, 단군 이래 최초의 길을 지금 K뷰티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어느 날 벌어지면 의심하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 개발도상국으로 살아온 나라의 관성에 가까운 의심이다.

 

소비재 즉, B2C 경쟁력이 커진다는 것은 한류로 집적되어 온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실제 경제적 가치로 전환됨을 뜻한다. 일부 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중소, 중견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내수 브랜드의 시장이 해외로 넓어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제조 강국'에서 '브랜드 강국'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게 현재 한국의 화장품 산업인 것이다.

 

K뷰티는 세계 1, 2위 ODM 제조 기업과 디지털 유통망, 트렌드에 대한 민첩한 대응 역량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지금의 흥행이 가능했다. 이러한 생태계 없이 마케팅만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본질은 취약한, 일시적 트렌드'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나 제품 하나의 인기에 기댄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세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K뷰티는 새로운 소비 수요를 발굴하며 시장을 확장해 왔다.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면 피부를 더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소비자의 피부 고민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현재도 굴지의 ODM 기업들은 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브랜드 업체들은 성분, 제형, 기능의 다양성을 발굴하며 프리미엄을 쌓아 나가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연구원들을 비싼 값으로 빼내, 한국을 곧 따라올 것이라는 우려도 한때 있었지만, 여전히 가품의 나라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키워 온 본질의 힘은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와 제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마치 국가대표가 되는 게 세계 1등이 되는 것보다 힘든 양궁처럼, 내수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성공은 그 경쟁 속에서 나왔고, 과잉은 때로 새로운 경험과 발견의 재미를 낳는다.

 

물론 K뷰티의 미래를 낙관하기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의 인기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해외 시장에서 신뢰를 쌓고, 브랜드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꾸준히 입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단순히 한국 화장품이 많이 팔리는 현상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인이 화장품을 발견하고 선택하고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바꿔놓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의심을 거두고, 이들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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