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길] '팔로워 수보다 진정성'…크리에이터 시장의 위계 변화

발행 2026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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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길의 '마케팅 바이블'

 

이미지=챗GPT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시장의 기준은 단순했다. 팔로워 수였다. 팔로워 100만의 메가, 30만의 매크로. 광고주는 더 큰 도달을 위해 더 큰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이 단가표 위에서 매체 파급력이 큰 메가·매크로 크리에이터에게 자본이 몰렸다. 대(大) 유튜브 시대의 메가 크리에이터 단가는 끝없이 높아졌고, 돈이 있어도 부킹하기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스타성이나 팬덤이 약한 마이크로(팔로워 1만~10만)·나노(팔로워 1만 미만) 크리에이터는 메가·매크로 크리에이터를 먼저 부킹하고 남은 예산을 활용하거나, 메가가 도달하지 못하는 마이크로 타겟에 닿는 용도로 보조 활용되곤 했다. 그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위계였다.

 

시간이 흐르면 시장은 늘 생물처럼 변한다. 음악 시장은 한때 메가스타 한 명이 빌보드 1위를 독점하는 구조였다. 지금은 다르다. 스포티파이 차트는 인디 아티스트, 장르 전문 뮤지션, 특정 무드(차분한 새벽, 운동용, 작업용) 전문가들로 잘게 쪼개졌다. '카테고리 전문 아티스트'의 시대가 왔다.

 

크리에이터 시장도 유사한 흐름이다. 유저의 소비 패턴 변화(수요) 변화, 이에 따른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 변화(공급)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 크리에이터 채널이 인기를 얻으면 점차 상업화된다. 채널 하나하나가 중소기업이 되어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광고 노출은 잦아지고 광고 상품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광고에 대한 전달력과 흡입력은 떨어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메가 채널 본인들이 광고 거부감을 가장 잘 안다. 광고주가 1억을 주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메가 채널에 올려도, 매우 적은 분량의 노출만 이뤄지고 그 적은 분량마저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 못 한다. 메가 채널이 의도적으로 광고 분량을 최소화하거나 잘게 쪼개기 때문이다. 팔로워 이탈을 막기 위한 자기 방어다. 광고주는 큰돈을 쓰고도 메시지가 흘러내리는 것을 본다.

 

무엇보다 유저들이 변했다. 메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외에 카테고리 전문가를 찾기 시작했다. 메가 채널은 대중성을 고려해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만큼 색이 옅어진다. 마이크로·나노 채널은 특징이 분명하고 좁은 타겟을 겨냥하며, 그만큼 색이 진하다. 친근감이 있고, 일상감이 있으며, 광고 거부감을 낮추는 진정성이 있고, 정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대중은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늘 새로운 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플랫폼도 작은 계정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2025년부터 '워치 타임·DM 공유·좋아요 비율'을 핵심 랭킹 신호로 공식화했다. 팔로워 수는 더 이상 노출의 절대 기준이 아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릴스의 노출률(view rate)은 팔로워 1천~5천 계정에서는 약 20%, 팔로워 10만 이상 계정에서는 약 4%로 나타난다. 작은 계정이 큰 계정보다 노출률이 다섯 배 높다. 2025년 말 인스타그램은 오리지널 마이크로 크리에이터에게 도달을 40~60% 더 부여하는 한편, 재게시 위주의 큰 계정은 도달을 60~80% 깎아냈다. X 또한 "상위 0.1%의 에코 챔버를 깨겠다"며 작은 계정의 가시성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유저들은 더 잘게 쪼개진 취향의 콘텐츠를 원한다는 것을 읽은 것이다.

 

시청자가 변하니, 플랫폼도 따라 움직였다. 시청자는 메가 광고의 거부감과 옅어진 매력에 등을 돌렸고, 마이크로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찾기 시작했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으로 작은 계정의 노출을 끌어올렸다. 두 힘이 한 방향으로 맞물리며, 마이크로 크리에이터의 시장 가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무신사가 캠페인을 돌릴 때 가장 자주 협업하는 크리에이터는 팔로워 100만의 메가급이 아니다. 팔로워 3만~10만의 카테고리 전문 마이크로다. 워크웨어 전문, 빈티지 전문, 러닝 전문. 이들의 팔로워 수는 적지만, 무신사 입장에서 더 비싸게 사들일 가치가 있다. 워크웨어 카테고리에서 그 사람의 코디는 "이 분야의 정답"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전문가 1명에게 닿는 신뢰는 점점 비싸지고 있으며, 이때 광고주가 사는 것은 도달이 아니라 카테고리 안의 권위다.

 

광고주는 더 이상 팔로워 수만 보지 않는다. 누구의 카테고리 안에 자신의 브랜드가 놓이는지를 본다. 단가표를 다시 그려야 할 시점이다. 한 축은 도달이 보장되는 메가 보증수표, 다른 한 축은 신뢰를 만드는 카테고리 전문가. 즉, 단가표의 가로축은 그대로지만, 세로축에 '카테고리 전문성'이 새로 그어지고 있으며, 같은 마이크로라도 카테고리 권위가 높은 크리에이터의 단가는 일반 마이크로보다 가치가 높다. 이제, 마케터의 시야도 두 축으로 열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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