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룡 디자이너, 30년 궤적 잇는 새로운 도전
심플한 아름다움의 웨딩 드레스로 시장 재진출
30년 아카이브 재해석…'김서룡다운 옷' 제안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국내 남성 하이엔드 테일러링의 대표 김서룡 디자이너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올해 초 20여 년간 몸담아 온 신한대 교수직 정년퇴임을 맞음과 동시에, 디자이너 삶의 시작이었던 웨딩 드레스 시장의 재진출, '김서룡 옴므' 30년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컬렉션 런칭 등 30년 넘게 우직하게 걸어온 그의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김서룡 디자이너는 1995년 웨딩 드레스 브랜드 '레지옹 마리' 사업을 시작으로 1996년 '김서룡 옴므'를 런칭하며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2001년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해 2017년 FW 시즌까지 30회 이상 컬렉션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남성복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정교한 테일러링과 깊이 있는 색감으로 남성 셀럽들이 즐겨 찾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컬러 수트부터 BTS 제이홉의 그래미 시상식 슈트, 이민호·김우빈·차은우·고수·김강우 등 수많은 스타가 그의 옷을 입었다. 최근에는 임영웅 10주년 콘서트의 무대 의상을 제작했다.
3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과 지난 아카이브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선다.
Q. 30년 만에 다시 웨딩 드레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기는 무엇인가.
- 최근 웨딩 드레스를 보면 비즈 장식 등 비슷한 스타일이 많아 아쉬웠다. 화려함도 좋지만 심플한 아름다움이 웨딩 드레스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웨딩 드레스를 만들 때도 실크 소재가 가진 고급스러움과 여성의 곡선미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내년 SS 컬렉션에서 다시 그런 드레스를 보여주고자 한다. 결혼식뿐만 아니라 특별한 날 격식 있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와 턱시도 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Q. 30년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컬렉션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만든 옷들을 보면 '이때 정말 많이 고민하며 만들었구나' 싶은 것들이 많다. 너무 공을 들여 판매하지 않고 소장한 옷도 있다. 그중 의미 있는 제품을 선별해 지금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려고 한다. 날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준비가 끝나는 대로 김서룡다운 방식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Q. 김서룡의 옷은 정교한 핏과 깊이 있는 색감으로 유명하다. 작업 방식과 디자인 철학은.
- 옷을 만들 때 미리 스케치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옷을 떠올린 뒤 직접 패턴을 뜨고 봉제하며 완성한다. 머릿속의 감성과 이미지가 스케치를 거치면 희석된다. 다른 디자이너의 컬렉션도 일부러 많이 보지 않는다. 스스로 떠오르는 영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30년 넘게 나만의 색깔을 유지해 온 힘이다.
Q. 김서룡만의 경쟁력과 정체성을 꼽는다면.
- 실크다. 가죽과 울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크로 옷을 만든다. 실크는 짜는 방식에 따라 린넨처럼 보이기도 하고 단단한 슈트 소재로도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유의 깊고 고급스러운 색감을 낼 수 있다. 나에게 실크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 정체성과도 같다.
Q. 올해 20여 년간의 교수 생활도 마무리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 가장 경계했던 것은 '선생의 취향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각자의 독창성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요즘은 과거와 달리 기업이나 디자이너 밑에서 경험을 쌓기보다 처음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려는 학생들이 많다. 티셔츠 한 장으로도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크리에이티브'보다 '비즈니스'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Q. 패션 시장에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디자이너 브랜드는 시장 수요에 맞춰 옷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취향과 감성을 보여주고 그 가치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쉽게 만들어 싸게 파는 옷이 많아지면서 고품질을 지향하는 디자이너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있고, 다양한 크리에이티브가 있어야 시장도 발전한다. 결국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와 완성도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앞으로 '디자이너 김서룡'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 앞으로는 삶의 절반은 옷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원래 전공이 서양화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이나 명예, 돈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좋은 옷과 그림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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