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까지 베낀다…가짜 'K뷰티'의 진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자체가 브랜드 자산
브랜드명·로고 이어 매장·쇼핑백·콘텐츠 모방
지식재산처 'K브랜드 위조상품 신고센터' 출범
[어패럴뉴스 정지은 기자]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짝퉁'의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화장품의 제품명과 패키지를 모방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로고와 상세 페이지는 물론 K뷰티 유통 플랫폼까지 베끼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 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2023년 1만 6,774건에서 2024년 2만 3,494건, 2025년 3만 6,116건으로 늘었다.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개별 제품을 넘어 K뷰티를 소비하는 '공간'까지 복제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올해 초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는 '온리영(ONLY YOUNG)'이라는 이름의 뷰티 매장이 잇따라 문을 열며 논란이 됐다. 온리영은 매장명뿐 아니라 대표 색상으로 녹색을 사용하고, 로고와 간판, 상품 진열 방식은 물론 쇼핑백 디자인까지 올리브영과 유사하게 구성했다.
마케팅에도 한국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온리영은 중국 숏폼 플랫폼 더우인에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K팝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한 홍보 콘텐츠를 게시했다. 매장에서는 나스, 디올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매장의 논란이 확산되자 지식재산처가 대응에 나섰고, 이후 관련 매장은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K뷰티 브랜드를 겨냥한 카피캣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산 화장품이 국내 인기 브랜드의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모델 이미지와 상세 페이지까지 그대로 차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에이피알이 전개하는 '메디큐브' 역시 위조 제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 5월 메디큐브 공식몰을 통해 '위조 제품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 안내' 공지를 게재했다. 당시 확인된 위조 제품은 ▲PDRN 핑크 펩타이드 앰플 ▲PDRN 콜라겐 캡슐크림 ▲콜라겐 나이트 랩핑 마스크 등으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 중심으로 위조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가품 유통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쿠팡에서 정품으로 알고 구매한 에스트라 제품이 가품이었다는 소비자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포장 색상과 글씨체 등이 정품과 다르고 제품 뒷면에 중국어가 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K뷰티'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소비자가 한국산 여부를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위조 상품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뷰티가 하나의 제품군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산 제품을 모방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적 이미지' 자체를 차용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한글이나 패키지 등을 보면 어색한 부분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지만 해외 소비자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중국 등에서 생산한 제품에 한글을 사용하거나 'made in korea', 'K뷰티' 등 한국산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넣는 경우 소비자 혼동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장품은 의류나 잡화와 달리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가품 문제의 파급력이 크다. 가품의 품질이나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가 이를 정품으로 알고 사용할 경우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K뷰티에 대한 신뢰도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식재산처·식품의약품안전처·관세청은 올해부터 해외직구 화장품 검사 과정에 위조 의심 화장품을 포함하고 검사 물량도 확대했다. 또 지식재산처는 지난 7월 'K브랜드 위조상품 신고센터'를 출범시키고 해외에서 발견한 위조 K브랜드 위조 의심 사례를 신고받아 현지 단속과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어 이달 30여 개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K브랜드 기업을 연결하는 '온라인 IP 침해 대응 핫라인'을 개통했다. 해외 위조 상품 차단, 상표 무단 선점 대응 등과 함께 AI를 활용한 정·가품 감정 등 K브랜드 보호 체계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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