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전략 대전환…기능성은 ‘선택’ 아닌 ‘필수’

 

강한 땀 흡수력의 플랫드라이 기능이 적용된 ‘코오롱스포츠’ 여름 티셔츠

 

복합 기능 결합한 소재 기술 고도화

기능성 무시하던 여성복도 적용 확대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올해 여름에는 냉감 소재만 팔리다시피 했어요. 여름철 기온과 습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의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름 평균 기온의 상승, 열대야 일수 증가가 겹치면서 냉감 소재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던 2023년 이후, 냉감 소재는 단순한 ‘쿨링’을 넘어 경량성과 신축성, 흡한속건 등을 결합한 복합 기능으로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으며, 티셔츠 활용에서 셔츠, 팬츠, 재킷 등 아이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코오롱스포츠’ 소재파트를 맡고 있는 김난이 리더는 “최근 액티브웨어 시장에서는 냉감 소재에 대한 재구매, 다품목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일상 체감온도 관리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브랜드 메이커 관점에서는 단기 폭염 대응을 넘어 장기화하는 더위에 적응하는 ‘생활형 냉감’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 소재와 가장 밀접해 있는 아웃도어 업계에서 여름 시즌 상품 기획에서 냉감 소재 활용이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K2 등 주요 브랜드에 따르면 올해 여름 시즌 기획에서는 냉감 소재 활용 비중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 중반에 달했다. 5~6년 전만 해도 10% 내외에 불과했다.

 

기능은 한층 더 고도화하고 있다. 냉감 기능은 물론이고 흡한속건, 항균소취, UV차단, 경량성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소재 개발이 늘어나는 추세다. ‘블랙야크’ 상품기획팀의 오세욱 부장은 “여름철 소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체온 조절을 지원하는 냉감 가공, 빠른 땀 배출 기능, 여기에 자외선 차단 소재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더‘ 아이스온 스웨터와 에어 데님 스커트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 아웃도어 등 액티브웨어 시장을 주축으로 전 복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기능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성복 업계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복 업계에서 ‘기능성’이라는 단어는 사실 무시되는 키워드였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 소비자들에게 디자인과 실루엣 등 스타일이 중요시되지, 땀 배출이나 통기성, 신축성 등의 기능적인 요소들은 크게 어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박하다’, ‘패셔너블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 브랜드 메이커들은 기능성 소재 사용을 꺼렸다.

 

하지만 팬데믹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여성들의 일상에서 애슬레저, 원마일웨어 트렌드가 확산했고, 활동성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세련됨은 물론 기능성이 결합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기능성 소재의 관심과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는 지적이다.

 

패션 소재 전문교육 및 컨설팅 업체인 스튜디오뷰의 박유미 대표는 “여성복에서는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 기획에 맞춰 소재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린넨, 면 등 주로 단일 소재를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린넨과 폴리, 면과 폴리 등 기능성이 추가된 블렌딩 소재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또 보다 가볍고 얇은 소재를 레이어드해 입는 트렌드로의 착장 변화도 주목된다”라며 “더 나아가서는 바람막이 재킷 등 과거에는 여성복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아이템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상상하기 어려운 폭염과 혹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폭염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난이 ‘코오롱스포츠’ 소재파트 리더는 “패션업계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반응할 수 있는 스마트 텍스타일의 고도화와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차별화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패션 업계에서 ‘기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근접 기획과 빠른 추가 생산으로 판매율 방어”

 

박유미 스튜디오뷰 대표

 

 

과거에는 경기 불확실성이 핵심

최근에는 날씨가 가장 큰 변수

 

최근 여성복 상품 기획에서 나타나는 특이 현상 중 하나는 선(先)기획은 줄고 후(後)기획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전 모습이다.

 

20년 전 여성복 업계는 시즌을 내다보는 선기획보다는 시즌을 마주하며 반응에 따라 움직이는 후기획이 중심이었다. 선기획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이 지나서야 선기획 시스템은 안정화됐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기획 비중이 많게는 70~80%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선기획 비중이 다시 줄고 있다. 과거와 비슷한 흐름이기는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과거에는 경기나 트렌드 적중에 대한 불확신이 이유였다면, 최근에는 날씨에 대한 불확신이 그 이유다.

 

길어지는 여름, 사라지다시피 한 봄과 가을, 짧아진 겨울 등 불규칙한 시즌과 날씨가 이어지면서 적중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트렌치코트다. 여성복에서 트렌치코트는 봄과 가을 매출을 주도하는 키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봄과 가을이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이제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템이 됐다.

 

여성복 업계는 다시 시즌에 마주해 기획하는 근접 기획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한 여성복 브랜드는 이러한 이유로 선기획 비중 축소는 물론 초도 물량마저 절반 가까이 줄였다. 대신 근접 기획과 빠른 추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판매율을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여성복만의 흐름은 아니다. 패션 업계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이제 브랜드 메이커들에게는 보다 세분화된 시즌 기획이 필요하다. 트렌드와 경기 때문이 아닌 날씨에 최적화된 아이템과 소재에 대한 고민과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일부 브랜드들이 이미 올해 여름 시즌을 2~3개로 나눠 기획하기 시작했다.

 

박유미 대표 – 미샤, 오브제, 오즈세컨, 시슬리 등 여성복에서 20년 동안 소재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현재는 수입원단 에이전시 뷰컴퍼니의 기획이사로 재직중이다. 동시에 패션 소재 전문교육 및 컨설팅 업체 스튜디오뷰 대표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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