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장 줄수록 생산 능력 가진 프로모션의 가치 높아질 것"
데님 프로모션 아웃소싱 공정까지 내재화…생산 설비에 120억 투자
납기 단축, 소량 생산으로 신규 거래 확대…다음 투자는 봉제 자동화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에프지인터내셔날 신사옥 2층 생산 현장. 조병선 대표가 완성된 데님을 꼼꼼히 살핀다. 국내 고가 브랜드의 데님을 20년 이상 만들어 온 그는 지금도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에 나선다. 거래처의 신뢰도, 자체 브랜드 '조우'의 경쟁력도 이 현장에서 쌓인다.
데님 전문 프로모션 업체인 에프지인터내셔날은 2024년 12월 약 700평 규모의 신사옥을 마련하고, 외부에 맡기던 주요 공정을 내재화하는 데 120억 원을 투입했다. 생산 거점이 해외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프로모션 업체의 대규모 설비 투자는 이례적이다.
조 대표는 "프로모션 사업을 오래 이어가려면 자체 설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믿고 맡길 공장이 줄수록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회사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신사옥에는 프로모션 조직과 브랜드팀, 생산 시설을 모았다. 3층에서 재단과 봉제를, 2층에서 검수와 택 부착·포장 등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다. 4층은 샘플 쇼룸으로 운영한다. 워싱은 오랫동안 거래해 온 경기도 포천의 전문 공장이 맡는다. 신사옥에서 재단·봉제를 마친 상품을 포천에서 워싱한 뒤 다시 들여와 검수와 포장을 거쳐 출고한다.
초기에는 투자 비용이 커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생산 시스템이 안정되고 신규 거래 브랜드 10개를 확보하면서 9월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현재 국내외 약 40개 브랜드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납기다. 외부 공장을 거칠 때 5~6주 걸리던 생산·입고 기간이 4주 이내로 줄었다. 샘플 수정과 생산 협의, 불량 보완을 내부에서 처리하면서 공정 사이의 대기 시간을 단축했기에 가능했다.
수주 범위도 넓어졌다. 과거에는 받지 않았던 100장 이하 주문도 수량에 따른 단가 협의를 거쳐 생산한다. 국내 생산량은 데님 팬츠 기준 월평균 8,000장이다.
조 대표는 "지금 브랜드들이 원하는 것은 필요한 물량을 제때 만드는 것이다. 소량 주문도 받고, 반응이 좋은 상품은 빠르게 다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납기와 함께 거래처의 신뢰를 지탱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고객사가 제공한 안감이 워싱 과정에서 터졌을 때, 조 대표는 전면 재작업 대신 주머니 일부를 보완하는 수선 방법을 제시했다. 덕분에 출시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워싱과 후가공 변수가 많은 데님은 생산 경험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짚고, 품질과 납기를 함께 지킬 해법을 찾는 데 조 대표의 경험이 발휘된다.
이 같은 제조 역량은 자체 브랜드 '조우'로도 연결됐다. 조 대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기까지 5~6년간 고민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자금 부담이 가장 큰 숙제였다.
그는 "브랜드는 자금력 싸움이다. 계속 투자해야 하고,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오래 옷을 만들었다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심한 뒤에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생산 시설과 브랜드 조직에 투자하고 역할을 나눴다. 디자인과 기획은 젊은 브랜드팀에 맡기고, 조 대표는 생산 기술과 품질 관리를 책임진다. 옷을 만드는 경험과 소비자의 취향을 읽는 감각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판단이다.
조 대표는 "내가 의아하게 생각한 상품이 잘 팔리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은 팀의 감각을 믿고 맡겨야 한다. 대신 실제로 만들었을 때 문제가 생길 부분은 내가 짚어준다"고 설명했다.
브랜드팀의 기획 자율성을 보장하되 판매 결과는 함께 분석한다. 올해 빈티지 캐주얼로 방향을 정비한 리브랜딩도 팀의 감각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진했다. 올 가을에는 M65 재킷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출을 이끌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조우' 매출은 전년 대비 160% 증가했다.
조 대표의 역할은 기획한 디자인을 실제 상품으로 구현하는 단계에서 분명해진다. 사이즈와 봉제 방식, 워싱에 따른 변화, 디테일의 구현 가능성을 미리 검토해 생산 사고를 줄인다. '조우'의 자체 생산 비중은 약 70%다. 자체 설비로 대응하기 어려운 후염이나 다이마루 품목 등은 외부 공장을 활용한다.
직접 생산은 원가 관리와 리오더에도 힘을 보탠다. 판매 반응에 맞춰 추가 물량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인기 상품의 판매를 이어가는 데 유리하다. 거래처를 위해 갖춘 설비와 기술이 자체 브랜드의 성장도 뒷받침하는 셈이다.
에프지인터내셔날의 다음 투자는 봉제 자동화다. 이르면 내년 약 120평 규모의 생산 라인을 추가로 마련하고, 데님 주머니와 지퍼, 단추, 리벳 부착 등 반복 공정을 자동화하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지금 인력과 설비만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복 공정을 기계가 처리하면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물량을 만들 수 있다. 다음 투자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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