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원 대표 "빈티지는 보물찾기…가성비를 넘어 취향과 희소성 충족의 공간"
"빈티지숍은 특정 시대 스타일을 큐레이션하는 스페셜티 리테일"
"숍 디렉터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매장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2007년 동묘에 '루스빈티지' 런칭...물류창고 7곳, 연간 50만 장 취급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미국 최대 리세일 플랫폼 스레드업이 영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글로벌 의류 리세일 시장은 연평균 9% 성장해 2030년 3,930억 달러(약 592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체 의류 시장보다 2배 빠른 성장세로, 글로벌 의류 지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베인앤컴퍼니의 리세일 동향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리세일 의류·액세서리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미국 42%, 영국 48%, 프랑스 45%, 독일 37%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리세일 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셈이다.
이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빈티지숍도 전문화되고 있다. 과거 보세를 판매하던 소규모 숍에서 벗어나 특정 시대의 브랜드와 스타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장이 늘고 있다. 소비자 역시 단순 가성비 구매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취향을 찾기 위해 빈티지숍을 방문하고 있다.
빈티지숍 '루스빈티지'를 운영하는 권준원 루스 대표는 2005년 빈티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한 이후 2007년 동묘에 매장을 열며 수입 빈티지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매장은 동묘 2곳, 동대문 1곳이 있다. 롯데·NC 등 대형 유통에서 월평균 1~2회 팝업을 여는데, 빈티지숍 팝업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남아·미주 등 12개국 발로 뛰며 소싱처 구축
권 대표는 "빈티지숍은 헤리티지와 희소성을 가진 브랜드,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문화 공간이다. 미국·일본·유럽의 캐주얼부터 럭셔리·디자이너드까지 특정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숍으로 세분화된다"고 말했다.
'루스빈티지'는 리바이스, 폴로, 칼하트 등 미국 빈티지에 특화된 가성비 숍을 지향한다. 권 대표는 "빈티지숍 사업화의 핵심은 안정적인 물량과 명확한 색을 갖는 것"이라며 "사업은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했지만, 대형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개인 쇼핑몰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해 오프라인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수입 빈티지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캄보디아, 태국, 파키스탄, 미국 등 전 세계 12개국을 직접 다니며 현지 의류 수거·빈티지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빈티지는 제조업처럼 인기 상품·스타일을 재생산할 수 없기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는 "상품 자체가 한정돼 있어 거래처를 쉽게 공개하지 않는 등 업계가 상당히 폐쇄적인 편이다. 안정적인 소싱을 위해 몇 년간 해외에서 발품을 팔았다"고 했다.
해외 업체들은 의류 수거함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받거나, 파산한 숍들을 통해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 루스는 이러한 해외 업체들에게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 매장에 공급하는 일종의 벤더 역할도 맡고 있다.
명확한 '숍 아이텐티티'는 기본
권 대표는 "해외 업체에 특정 브랜드와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고, 빨리 받을 수 있는지를 조율하는 게 관건"이라며 "예를 들어 '리바이스 505 팬츠를 달라'고 오더하면 해당 물량이 컨테이너로 들어오고, 이후 다림질 등 케어 이후 상품 상태별 등급을 매겨 판매 가격을 책정해 매장에 출고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루스가 취급하는 물량은 연간 50만 장으로 이중 해외 수입 브랜드 비중이 85%다. 총 400평 규모의 물류 창고 7곳을 보유하고 있다.
권 대표는 안정적인 소싱을 기반으로 매장의 컬러와 큐레이션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핵심 고객인 MZ세대는 자심만의 콘텐츠와 새로운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 가성비가 아닌, 보물찾기같이 자신만의 상품을 발견할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에 빈티지숍을 방문한다. 빈티지숍도 가성비 숍과 프리미엄·한정판 숍으로 양분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리바이스', '파타고니아', '칼하트'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등 럭셔리·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브랜드 매장에 없는 80~00년대 상품을 통해 과거의 패션과 문화를 경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Y2K를 필두로 한 90~00년대 레트로 스타일이 가장 인기가 많다. 너바나, 핑크 플로이드 등 당시 유명 밴드의 한정판 티셔츠, '리바이스' 517·501·505 팬츠, 보이그룹 코르티스가 착용했던 2000년대 '아디다스' 트랙톱, '폴로' 빅포니 PK셔츠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과 희소성 동시에 높여야
실제 세계 최대 명품 리세일 마켓플레이스 더리얼리얼은 최근 리세일 소비가 단순히 특정 브랜드를 검색해 구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디자이너의 재임 시기나 아카이브 제품까지 좁혀 찾는 큐레이션형 쇼핑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리세일 시장 규모 역시 전체 명품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더리얼리얼 고객의 절반 이상이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 대표는 "SN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숍 디렉터의 스타일과 세계관도 숍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매장 직원이나 숍 디렉터(대표)가 코디한 착장 자체를 모두 구매하는 고객도 있다"며 "빈티지숍은 가격 경쟁력과 희소성의 가치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향후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가품 문제를 해결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2000년대 이전 상품의 경우 공식적인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경험자도 적어 전문가도 판별이 어렵다. 그 당시 상품을 많이 접한 사람이 진위를 판단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권 대표는 "가품은 시장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루스는 22년간 사업을 이어오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품을 판별하고 있다"며 "가품일 경우 100% 환불된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는 "향후 5년 내 연 매출 200억 원이 목표다. 이를 위해 좋은 상품을 더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미국 빈티지숍으로 정체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루스는 지난해 25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매출이 작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5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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