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샤넬백보다 사은품에 집착하는 몇 가지 이유

발행 2020년 06월 2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지난 5월 22일, 긴급재난지원금이 한창 경제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올 때쯤 한국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스타벅스 여의도 지점에서 한 소비자가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사은품인 ‘서머 레디백’ 17개를 구하기 위해 커피 300잔을 구매한 뒤 1잔만 챙기고299잔은 두고 갔다는 소식. ‘이제 시작한 행사고7월까지 이어지는 행사라니 시간이 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있었던 스타벅스 마니아들은 대번 조바심이 났다.

 

‘굿즈(GOODS)’라고 불리는 가격도 없고 여행용이라 코로나로 항로가 막힌 요즘 같은 때에는들고 나갈 수도 없어서 쓸모 있어 보이지도 않는가방을 얻기 위해 수백만 원을 버리다시피 한 이사건은 순식간에 포털을 장악했다. 그리고 2일이 지나지 않아 서머 레디백은 오픈마켓에 20만 원까지 리셀(resale) 거래로 올라왔다.

 

좀 나이가 있는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스타벅스 서머백과 같은 ‘굿즈’를 얻기 위해 MZ세대들의 줄서기, 사재기, 뻗치기, 모으기,뒤지기와 같은 행동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리셀이란 원래 쓰던 물건을 재판매하는 중고거래를 뜻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20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리셀은 중고가 아닌 새것을 거래하는 것이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을 기다리거나 발품을 팔아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간을 투자해서 힘들게 구매한 신상품을 다시 파는 리셀은 단 며칠 만에 수천%의 수익률로 되파는 밀레니얼 세대의 ‘신종 재테크’ 기법이다.

 

MZ세대들이 이런 류의 상품과 유통에서 보여주는 이유 있는 집착은 유통경로와 상품기획에 있어 새로운 관점의 필요를 느끼게 한다.

 

아직도 한편에서는 715만 원 하는 ‘샤넬 클래식미디엄 백’이 하루사이에 846만 원이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알뜰하게 120만 원을 아끼기 위해 매장에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MZ세대들은 “우리가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못 사도스벅은 살 수 있잖아요.”라는 말로 자신들의 줄섬을 당당히 ‘플렉스(Flex)’한다.

 

이들에게는 샤넬백과 스타벅스 서머백이 별로다르지 않다. 똑같이 물건을 넣고 다닐 수 있다는기능적인 공통점과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인싸템’으로 부러움을 살 수 있다는 데서 기능과 효과가 같다. 오히려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샤넬백은 너무 비싸서 현실적으로 구매가 쉽지 않아 멀게 느껴지지만 서머백은 충분히 가능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훨씬 가깝다. 가깝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고 MZ세대들에게 편한 것은 편리미엄(편리함과 프리미엄)을 뜻한다.

 

샤넬백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서머백은 한정판이어서 그때가 아니면 살 수가 없다는 것도 차이다. 샤넬백은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지만 서머백은 돈과 함께 온전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만 얻을 수 있다.

 

MZ세대들은 스마트폰과 5G로 빨라진 환경에서 꼭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는 기꺼이 굿즈를 얻기 위해 줄을 선다. 그래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일에 기꺼이 보상을 한다. 샤넬백은 쳐다보면 거기에 사람들에게 어울릴만한 옷과 신발을 생각나게 하지만 스타벅스 서머백은 사람들에게 다녀온 여행과앞으로 떠날 여행을 생각하고 여행지의 바람과 향기를 느끼게 한다.

 

샤넬백은 가품도 많아서 ‘짝퉁’에 대한 원치 않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서머백은 그럴 일이 없으니 어디든 당당하다. 샤넬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서머백은 노력과 재미적인요소가 필요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후기를 보는 재미와 언박싱을 비롯해서 구매 노하우를 배우고 적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동시에 경쟁심과 도전의식을 자극하기도 한다.

 

샤넬백을 사서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대단함의 인정을 느낄 수 없지만서머 백으로는 이와 함께 SNS에 뜨는 수많은 ‘하트’와 ‘좋아요’를 누릴 수 있다.

 

샤넬백은 금전적 부담 때문에 크기별로 구입하기 어렵지만 서머백은 본인만 열심히 하면 빠르게 품절되는 제품과 가장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제품부터 먼저 얻은 후 다른 제품까지 시리즈로 확보할 수도 있다.

 

샤넬을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스타벅스만 어깨춤을 추게 할 것인가? 우리 상품도달라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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