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그램, 한국의 ‘파타고니아’를 향해
발행 2023년 09월 21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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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상진 팀장, 최성욱 팀장 / 사진=제로그램 |
국내 최초 폐그물, 2차전지 분리막 활용
일본서 기술력과 친환경 철학 인정받아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제로그램’은 젠아웃도어(대표 이상훈)가 2011년 백패킹 분야에서 가볍고 혁신적인 장비를 개발하고자 기획해 만들어진 브랜드다. 텐트, 타프, 침낭, 쿡웨어 등 용품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아왔고, 런칭 10주년을 맞은 2021년 어패럴 사업에 나섰다. 그리고 ‘Save Earth Save Us’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친환경 패션’이라는 또 다른 행보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이상진 의류MD팀장, 최성욱 용품R&D팀장은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의 노하우를 활용해 ‘제로그램’을 한국의 ‘파타고니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리사이클 기술을 발굴하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작년 5월 바다의 날을 기념해 출시된 캠핑용 박스 테이블 ‘리사이클 넷 박스’는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수거된 폐그물을 리사이클링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제품이다. 상용화가 되기 전 다른 활용 방법을 구상하던 중 뛰어난 내구성을 발견했고, 캠핑용 박스 테이블을 기획하게 됐다.
또 ‘로스트 블루2(lost blue2)’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폐그물이 해양에 미치는 악영향과 이를 재활용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 소비자들과 경각심을 일깨우고 제품 기획에 대한 의미도 공유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출시된 ‘NICE PLANET 배터리 3L 자켓’은 폐기되는 2차전지 분리막을 재활용한 라미네이트 필름을 적용한 고기능의 제품이다. ‘제로그램’은 롸잇루트와 손잡고 첫 의류 제품을 출시했다.
원료가 플라스틱 계열이라는 점에서 뻣뻣한 느낌은 있지만, 오히려 클래식하면서 핏감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고어텍스의 ‘멤브레인’ 못지않은 투습,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네버마인드 패커블 워머’도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이다. 겉감부터 충전재까지 100% 리사이클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리사이클 충전재의 단점인 부족한 볼륨감과 뭉치는 현상을 보완하고자 ‘제로그램’만의 퀼팅 기술을 적용했다. 매 시즌 완판 수준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 리사이클 소재로 만든 터널 텐트, 내피 외 갑피와 인솔까지 리사이클 소재가 적용된 신발 등 ‘제로그램’만의 다양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올해 초 일본에서 진행된 아웃도어 전시회에서 기술력은 물론이고 친환경 철학을 인정받았다. 실제 전시회 이후 수출 물량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상진 팀장은 “우리나라 브랜드도 충분히 세계 친환경 패션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제로그램’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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