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이본 쉬나드의 ‘진심’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모노클(Monocle)’은 ‘로컬’과 ‘도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이 조명되는 요즘 힙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핫한 잡지다.
2007년 창간되어 영국 런던의 미도리 하우스를 본사로 두고 있는 이 잡지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 이들은 매년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여 ‘살기 좋은 도시 25’를 선정한다.
이들이 좋은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도시 인프라가 아니다. 생활비, 커피값과 같은 것을 비롯해 자전거 출퇴근 비율이나 괜찮은 점심을 먹는데 드는 비용, 나이트클럽이 문을 닫는 시간, 예술가의 주거비용 같은 것이 포함되는가 하면 소규모 브랜드와 독립서점과 같은 작은 가게들의 숫자가 포함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수가 많으면 감점을 하고 독립 서점이 많으면 점수를 더한다. 다양한 취향의 소규모 사업을 얼마나 신속하고 간편하게 열 수 있는지가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다.
모노클이 주장하는 매력적인 도시는 다양한 취향을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다. 도쿄는 2015년부터 3년 연속 1위의 영예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외에 서부 유럽과 북유럽, 호주의 도시들이 상위권을 선점해 왔다. 아쉽게도 한국의 도시가 순위에 든 일은 없다. 지금 세상은 작은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케아랩 성수 |
사람이 모이는 곳에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귀고 나누고 어울리면서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문제의 발견은 곧 사업의 기회가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사람이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는 재난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의 모임은 더 빨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오프라인을 떠난 것은 아니다. 다만 관심은 있으나, 자주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온라인에서 누릴 수 없는 경험이 그곳에서만 가능하다면 언제든 나설 준비는 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활동에 제한을 받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출할 수 없었던 각자의 취향을 더욱 존중받고 싶어하고 나누고 싶어한다.
이제 오프라인은 개별적 취향을 담아내는 작은 브랜드에 기회가 있다. 매장의 크기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큰 매장은 오히려 개별적 취향을 담기 어렵다. 작은 매장이 좋고 작게 움직이는 매장에 경쟁력이 있다. 소량뿐이고 한정판이면 더욱 마음이 끌린다. 글로벌 비전 같은 큰 얘기가 아닌 살아온 얘기, 고민했던 얘기와 같은 작은 얘기(Storytelling)면 충분하다.
제주 위트 에일 |
MZ 세대들은 브랜드가 아닌 스토리와 취향에 주목한다. 이들은 맥락 없는 콜라보부터 수제맥주, 반찬가게까지 취향에 따라 팬덤을 형성하며 관련 상품들의 성장을 부추긴다.
몇 년 전부터 한국 맥주 시장에서의 큰 트렌드는 ‘수제’와 ‘로컬’이다. ‘제주’를 비롯해서 ‘강서’, ‘강남’, ‘해운대’ 등 특정 지역명을 딴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재들의 상징인 막걸리의 지역 기반 비즈니스를 맥주가 힙하게 승화시킨 것이다.
아모레 성수 |
MZ 소비자들은 대중 속에 있지만 대중적인 소비를 거부하며 평준화된 소비가 아닌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한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현상을 더 가속화했다. 광고 일색의 잡지들은 사라졌고 ‘모노클’을 비롯해 ‘킨포크’, ‘매거진 B’와 같은 취향 중심의 잡지가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독립 서점과 동네 빵집을 찾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조차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하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오프라인 ‘아모레 성수’나 삼성전자 ‘비스포크’의 와디즈 런칭, 최근에 오픈한 이케아의 ‘이케아랩 성수’ 등은 대표적인 예다. 그 속에서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해 가는 구독 경제, 맞춤형 소비, 친환경 소비, 큐레이션 등의 현상과 트렌드를 놓치면 안 된다. 작은 것에 주목하고 작게 움직여야 한다.
‘취향’과 ‘경험’이 소비 시장의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지금, 그 중심에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무장한 ‘작은 브랜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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