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구매가 아닌 ‘공감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발행 202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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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당독서관
별마당도서관

 

 

그때는 몰랐었고 편하기만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40여 년 전 동네에 있던 구멍가게는 꽤나 복잡한 곳이었다. 입구에는 야채들이 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과자와 라면을 비롯한 상품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상점 한쪽에는 콩나물을 키워서 판매하는 큼지막한 시루 항아리와 주문을 받으면 썰어주는 모두부도 있었다. 


며칠 전 성수동에 들렀다. 한 때 공장 자리였을 법한 곳에 옛 건물을 리뉴얼한 건물의 1층은 카페와 베이커리가 있었고 2층은 20~30대에게 어울릴만한 옷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중앙 탁자에는 소품들이 올려져 있어서 고객들은 소품을 고르기도 하고 소품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있었다. 한 쪽에는 스튜디오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젊은이들의 컨셉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40년의 거리를 두고 딱히 정의할 수 없는 비슷한 두 개의 공간이 추구하는 콘셉트를 부르는 이름은 카멜레존(Chamelezone)이다.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곳으로 변신하는 공간’을 말하는 이 말이 단어로 정리된 것은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서였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 공간을 이런저런 용도로 바꿔 사용해 왔다. 


그 시절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때는 매장이 특정한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게를 방문하는 고객이 굳이 다른 매장을 가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한 자리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동네가게 주인이 이미 그 동네 사람들이 필요로 할 만한 것들을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필요와 주인의 취향이 통한 것이다.


주로 이용하던 가게가 아닌 비슷한 거리의 다른 가게를 갈 때는 단골 가게에 필요한 물건이 없을 때였다.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가져다 놓을만한데도 그러지 않으시는 이유는 나름 주인장의 상품운영 철학이나 취향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나우하우스
나우하우스

 


요즘 더 생각하게 되는 오프라인, 그 중에서도 카멜레존의 의미는 ‘주인이 생각하고 추구하며 구상하는 것을 구애 없이 펼쳐내는 공간’에 가깝다. 그래서 주인조차 이 곳이 뭘 하는 곳인지, 어떤 공간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객들도 꼭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매장을 방문한 김에 상품을 구매하거나 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지지하기 위해 방문한다. 


카멜레존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이유는 첫째로 세대의 변화다. 50대 이상에게 복합공간은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상품의 80년대 후반부터 매장의 전문화가 시작되면서 90년생 이후 젊은이들은 복합공간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MZ세대들에게 카멜레존은 신박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MZ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개취존중, 취향저격, 융복합, 콜라보의 상징인 카멜레존 만한 것이 없다. 


둘째는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감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소비 공간들이 가지고 있던 기능들이 온라인에서 대체되면서 굳이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 없어지자 소비트렌드를 입힌 공간을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졌다. 이제 오프라인은 소비의 공간뿐 아니라 감성과 공유, 체험의 공간이 되어야 하다.


셋째는 새로움을 찾는 ‘사람’ 자체의 성향 때문이다. 재택근무와 주 5일제 확산과 52시간 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간이 많아졌다. 사람들에게는 안전하게 갈 곳이 필요해졌다. 익숙한 곳은 지루하고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위험하다. 자연스럽게 익숙하지만 새로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매장은 상품이 아니라 취향, 구매가 아니라 공감을 얻어내는 곳이어야 한다. 


최근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오르는 곳들의 새 공식이 ‘간판 없는 가게’라는 것은 취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도심의 주요 상권에 입점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크고 화려한 간판을 내세우며 한 명이라도 더 붙잡는 것이 오프라인 상점들의 생존 공식이었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요즘 오프라인의 주인들은 보이는 간판에 신경 쓰는 대신 거리가 아닌 온라인에서, 간판이 아닌 SNS 피드를 더 관리한다. SNS 피드가 간판이 설명할 수 없는 취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들의 니즈가 오프라인의 매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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