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이본 쉬나드의 ‘진심’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
우리는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앞으로의 상황에 대하여 ‘대응’이 아닌 ‘적응’을 목표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분야에 걸쳐 이전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게 했다. 유통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충격은 업과 상품은 물론 서비스의 본질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프라인 유통분야에 있어 코로나19는 트렌드를 가속하는 한편, 전에는 매장 운영과 접객에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들을 중요한 가치로 부각시켰다.
트렌드의 가속화가 이뤄진 첫 번째는 심화된 온라인 편중이다. 지난 4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동월대비 온라인 유통의 매출은 16.9%가 늘어 소매유통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0%까지 치솟았다. 곧 온·오프라인간 역전이 이뤄질지 모른다. 1인 가구가 확대되고 IT와 콜드체인이 결합한 다양한 물류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이커머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국면에 일부업체는 배송할 인력과 판매할 상품이 없어서 주문을 받지 못할 만큼 대응이 곤란한 속도감을 견뎌내야 했다. 두 번째는 언택트라고 불리는 비대면 판매와 친환경에 대한 강화된 요구다. 소비자들은 환경파괴적인 먹거리와 쓰레기 배출을 우려하는 단계를 넘어 건강과 안전을 위해 친환경 식품을 선택하는 행동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유기농을 넘어 사육 환경까지 따지는 이들이 늘었다.
새롭게 떠오른 중요한 가치는 ‘위생과 방역’이다. 전에는 매장에서 고객을 접객하는 사람이 안면을 가리거나 멀찍이 떨어져 고객과 거리를 두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매장에 세균과 바이러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소독제를 비치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매장 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되었다. 앞으로 판매사원의 접객 매뉴얼은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고객과 2m의 위생적 거리를 두는 것’으로 바뀔지 모르며 매장에는 정기적인 방역인증서와 판매사원의 위생증을 비치해야 할지도 모른다. ‘상품공급의 안정성’도 새롭게 주목 받았다. 전에는 입점이 문제고 판매가 문제였지 상품공급을 의심하는 경우는 없었다.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비행기가 뜨지 않고 원자재가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는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살 수 없는 현실을 경험하게 했다.
자국 내 공급망 확보 여부가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다. ‘지속적인 고객접점의 유지’도 새로운 능력으로 부각됐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은 매장을 열기만 하면 어떻게든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나가게 되어 있고 매장 운영의 노력에 따라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좋은 상권과 대형몰은 그런 의미에 있어 가치가 있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밖에 다니지 않게 했고 정부가 외출 금지를 권고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했다.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가망이 제거된 상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소통함으로써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오프라인 유통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겪었고 진정세에 들어선 중국의 기업들을 돕고 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HBR을 통해 제시한 방법들은 매우 매력적이다.
첫째, 대형화된 오프라인 소매유통은 소규모의 온라인 소매유통으로 변화해야 한다, 둘째, 사내 상하향의 의사결정과 하상향의 정보수집의 조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최선의 빠른 결정을 위해 기업은 현장의 소리를 더욱 민감하게 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셋째, 직원과 가족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 직원과 직원 가족의 건강은 곧 회사의 셧다운과 직결되어 있다. 넷째, 기업 간, 조직 간 인력 공유를 통해 인력 배치를 최적화한다. 내근과 외근의 유연함은 코로나19 이후 기업운영에 있어 중요한 이슈다. 다섯째, 매장 근무자들을 '온라인의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배치가 필요하다. 여섯째는 모든 직원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PR에 철저한 준비와 참여가 필요하다. 사장과 임원도 예외여서는 안 된다.
일곱째,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유사상황을 위한 대비를 한다. 여덟째, 산업별로 달라지는 비즈니스 대응 전략과 회복 속도의 다름을 인정하고 품목별로 각기 다른 접근법을 구상한다. 이외에도 생산지와 유통망의 다변화와 위기일수록 '고객의 충성도'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앞으로의 상황에 대하여 ‘대응’이 아닌 ‘적응’을 목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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