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나이키와 자라의 디지털라이제이션, 혁명은 다시금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박선희 편집국장

발행 2019년 12월 13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박선희 편집국장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나이키의 신발은 단 네 곳의 OEM 업체에서 만들어진다. 그 중 두 곳이 국내 업체인데, 에어포스 등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의 생산을 담당한다.


그런데 나이키도 재래식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각 협력사에게는 상품작지가 팩스로 보내지는데, 협력사들이 그것을 받아 엑셀에 입력하는 일에만 수십명이 투입된다고 한다.


최근 나이키는 이베이 출신의 CEO를 영입했다. 이미 수년전 전 과정의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선언한 바 있는 나이키가 새 CEO 영입을 계기로 직접 판매, 특히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판매뿐 아니라 기업 내부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하청업체들도 디지털라이제이션에 착수했다.


나이키 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패션 브랜드인 ‘자라’의 스페인 인디텍스 사는 지난 4년 간 디지털 분야에 10억 유로를 쏟아 부었다. 2020년까지 전 브랜드의 온라인 채널을 글로벌 전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통합 재고 관리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 매장 재고로 처리하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옴니채널이다.


수년 전 국내에 ‘자라’ 온라인몰이 문을 열자, 기자에게는 ‘자라’의 온라인 제품 촬영은 어디서 하나요, 사이즈 측정 솔루션은 어디 것을 쓰나요 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인디텍스는 모든 것을 직접 한다. 디지털 솔루션은 본사 IT 센터가 개발하고, 촬영도 본사 스튜디오에서 직접 한다. 자라 본사 1층 대규모 파일럿숍에서는 쉴 새 없이 디스플레이와 코디를 연구하고, 전용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데이터가 전 세계 온라인몰에 계속 업로드된다.


그 흔한 TV나 잡지, 요즘 같으면 SNS 광고도 하지 않는 ‘자라’에게 온라인몰(오프라인 매장을 포함해)은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보다 온라인몰에서 보여지는 자라의 ‘스타일’은 훨씬 매력적이고,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각종 솔루션들은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큰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미국의 패션 PLM 전문 기업인 센트릭소프트웨어의 패브리스 캐논지 부사장은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일부라도 도입한 패션 기업은 세계의 단 2% 뿐이라고 했다. 그 2%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 분포되어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중국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가 디지털 정책을 앞에서 끌고 나가는 중국은 이미 길거리 상점에서조차 모바일 결제가 일반화되어 있다.


매출 1조 원의 국내 한 패션 중견사는 최근 온라인몰을 다시 만들기로 하고, 부서장을 경질했다. 그는 임원회의에서 인민재판과도 같은 수모를 겪은 후 짐을 쌌다고 했다.


기자가 들여다 본 이 회사의 이커머스는 적어도 부서장 한 사람의 잘못으로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데이터 통합과 이커머스에 필요한 시스템은 모든 부서의 합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새로운 시대의 지식을 장착한 임원은 적어도 패션 업계에는 희소하다. 그래서 실상은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인데, 디지털 지식이 일천한 조직에서 이커머스 사업부는 공격 대상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회사 이커머스의 실패는 최고 경영자의 실패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원래 문제 인식이 어려운 법이다. 외부자의 시선에서 각자가 처한 지점이 어디인지 수시로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앞선 자들이 디지털 인프라를 장착하고 더 멀리 달아나고 있다. 뒤처져있던 자들 중 일부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추월에 성공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은 다시금 패자와 승자를 가를 것이다. 개별 기업의 성패를 떠나, 국가 간 성패도 가를 것이다. 그래서 혁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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