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과 국내 제조 결합, 한국이 동북아 패션 컨트롤타워 될 수 있다”

전순옥 소상인연구원 상임이사

발행 2020년 12월 07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전순옥 소상공인연구원 이사장  /사진=박시형 기자
전순옥 소상공인연구원 상임이사 / 사진=박시형 기자

 

 

전순옥 상임이사는 일생을 봉제 산업과 함께 했다. 이제 그의 관심은 봉제업을 넘어, 국내 패션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 중이다. 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 사태는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통적 글로벌 밸류 체인의 전환을 이끌며 패션 산업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늘 그렇듯 위기의 다른 면에는 기회가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전순옥 상임이사를 만나, 새로운 시대의 패션 제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밸류 체인 대전환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 구축 기회

제조 환경 개선, 로컬 브랜딩 서둘러야 

 

 

- 소비 패턴의 변화가 제조 환경에 미칠 영향은 어떤 것인가.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나만의 것,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경향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패스트 패션에 대한 거부감, 동물 학대,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미국, 유럽의 경우 노동조합이 만든 ‘유니온메이드’, 노동 착취를 하지 많고 만든 ‘노스웨트’ 제품이 대학이나 편집숍에 판매되는데, MZ 세대가 주요 소비층이다. 


산업의 관점에서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고부가가치 상품, 다품종 소량 생산, 맞춤 제조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로컬 제조 기반이 필수 요소다. 


미국이나 유럽 패션 기업들의 온 쇼어링(자국 내 생산), 리쇼어링(자국으로의 생산 기반 이전)은 이미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 국내 패션은 해외 생산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국경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밸류 체인에 대한 한계가 명백해졌다. ‘로컬리즘’이 다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제조 기반 활성화를 위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일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다. 동시에 제조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와 업계 공동의 정책이 필요하다. 


일하는 방식과 인프라가 스마트화되고, 제조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젊은 인력, 젊은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 구체적으로는 어떤 정책이 가능하다고 보나. 

 

우선 각 지역별 협의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중랑, 동대문, 성북 등 동북권 패션 봉제 산업 발전협의회는 2년 전 8개 구청에서 현재 11개로 늘었다. 


올해 협의회를 통해 국민안심마스크 사업을 진행, 약 1,600여 명의 봉제업 종사들이 일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향후 ‘국민안심마스크’를 국가 브랜드로 만들어 해외 수출도 늘려갈 계획이다. 


전국에 이런 협의회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거미줄처럼 탄탄한 제조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동대문 기반의 IT 소싱 플랫폼 기업들과 협업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지자체와 정부의 일감 지원도 더 확대돼야 한다. 4차 산업 혁명과 국내 제조가 결합되면, 한국이 동북아의 패션 컨트롤 타워로 성장할 수 있다.

 

- 로컬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아직 성공 사례가 없다. 

 

‘로컬 브랜딩’에 성공해야 로컬 제조가 지속가능해진다. 이탈리아 피렌체, 스페인의 오블리토 등은 지역 이름이 곧 상품이다. 


서울 중구는 숙녀복, 동대문은 스웨터, 중랑은 다이마루, 부산은 신발, 대구는 의류, 성수동은 구두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특화된 지역별 제조 콘텐츠를 구축하면 된다. 그러한 제조 기반은 이미 구축되어 있지만, 브랜딩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 


미국의 친환경 신발인 ‘올버즈’는 부산에서 생산하고 심지어 부산 에디션도 출시했다. 로컬 제조와 브랜드가 만든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드 바이 성수, 부산’이라는 판매 공간을 마련, MZ세대나 관광객을 흡수하면 된다.  

 

 

구로공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한국산업단지공단
구로공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한국산업단지공단

 

 

- 제조 환경은 여전히 재래식 노동집약적 방식에 머물러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정부 지원을 한 곳으로 통합시키고, 혁신적인 4.0 봉제 공장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공장을 디자인하라’ 프로젝트는 공장을 창조적 공간으로 재구성, 젊은 세대가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영국처럼 디자이너들이 공장에서 디자인과 봉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 제조 기술 수준은 전 세계 2위이고 연간 1만 명의 디자이너가 배출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제조와 대기업 간의 코워크도 필요하다. 올해 서울시, 소공인연구원, LS네트웍스가 함께 진행한 ‘맞춤 신발 공동 제조 및 판매 협업’은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 앞서 밝힌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일즈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우리는 동대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동대문 상가 대표들과 함께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 상가를 만들 계획이다. 또 8년 간 구상해 온 온라인 역직구 플랫폼을 개설, O2O 모델로 육성한다. 여기에는 패션부터, 방역용품, 식품 등 라이프타일 콘텐츠가 모두 담긴다. K방역, K컬쳐가 주목 받고 있는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다.

 

 

전순옥 상임이사는 ...

1970년 11월 13일, 출근하는 오빠를 붙들고 밀린 등록금을 언제 줄 거냐고 졸랐던 그 날 아침을 평생 잊지 못한다. 그날 이후 오빠는 돌아오지 못했다. 
전 위원장은 큰 오빠인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함께 10대 시절 봉제업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영국 워릭대학교 노동사회학 박사를 마치고 2001년 돌아온 후에는 창신동에 참여성노동복지터, 참 신나는 학교,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를 만들었고,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을 운영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패션 봉제 산업 활성화에 주력하다, 의원직에 물러난 현재는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 이사장, 소상공인연구원 상임이사, 더불어민주당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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