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프리미에르비죵 어워드’ 대상 수상 김지언 아코플레닝 대표

“폐기물로 만든 ‘아르마니’ 가방, ‘아디다스’ 운동화, 꿈이 현실이 됐죠”

발행 2019년 10월 07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지난 달 17일 프랑스 파리 현지 시간 오후 5시 30분, ‘프리미에르비죵 어워드’ 심사위원 대상에 ‘아코플레닝’이 호명되자, 장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는 김지언 대표는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프리미에르비죵 조직위원장은 “울지 마. 너는 이 시대를 대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소재를 만들어냈어”라고 말하며 그를 시상대 위로 이끌었다.
싼 대물량의 중국, 앞선 기술력의 일본, 유럽의 고급 천연 소재. 그 사이에 짓눌린 국내 소재 산업은 오랜 시간 기를 펴지 못했다. 프리미에르 비죵에 첫 참가한 5년차 스타트업의 ‘쾌거’는 경직되어 있는 업계에 신선한 충격과 설렘을 선사했다.

 

폐가죽 원사로 만든 벨벳 같은 소재
“친환경, 기술력 가장 상징적” 극찬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지난 달 26일 오전, 김지언 대표(48)가 상패와 상장, 수상작인 원단을 품에 안은 채 어패럴뉴스를 찾았다.


수상작인 재생 가죽은 벨벳 같기도, 스웨이드 같기도 했다. 버려진 폐가죽에서 원사를 뽑아, 건식 재생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 원단은 100% 재생이 된다. 원료부터 공정과정, 버려진 후까지 환경 저해 요인이 하나도 없다.

 

‘프리미에르비죵’ 상장과 폐가죽에서 추출한 실
‘프리미에르비죵’ 상장과 폐가죽에서 추출한 실

김 대표는 “자라, 발리, 롱샴이 현장에서 수주 계약을 체결했고, 80여개 업체와 상담을 진행중이다. 수상한 원단은 볼보, 아디다스와 익스클루시브 계약이 되어 있다. 귀국 직후 상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엠포리오아르마니, 구찌, 파슬, 마주, 투미, 스와로브스키, 아디다스가 이미 고객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96년 금강의 핸드백 디자이너로 입사해, 에스콰이아, 인디에프, 이랜드월드를 거치며 17년간 핸드백 디자이너로 일했다. 2013년 홀로, 재생 가죽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2007년 광우병 사태가 터졌을 때 소들을 살처분하는 동영상을 봤다. 나는 매일 가죽을 만지는 사람이었다. 소 가죽을 만지면서도 그게 소인줄 몰랐다. 공정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은 또 얼마나 많은지. 당시 동영상을 보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때가지 만든 핸드백 수를 헤아려보니, 내가 수십억마리를 죽였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소가죽에 쓰이는 소의 껍데기 대부분은 대량 축산을 하는 미주 등지에서 수입된다. 가죽 후가공을 거쳐 쏟아져 나오는 연간 폐기물이 60만톤에 이른다. 그것을 매립할 경우 4만평방 미터 부지 6개가 매년 필요하다.


정부 사업비 1억원으로 개발 시작
내년 파주에 4배 규모 본사 건립

 

2013년 ‘친환경 소재 기업’을 기치로, 1인 기업으로 출발한 김 대표는 중소기업청 1억 원 사업비로 첫 개발을 시작했다. 지금은 R&D 수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를 포함해 직원 수가 34명이 됐다.


김 대표는 “R&D 과제를 지금도 소중히 생각한다. 나라가 지원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다. 창업 초기 기술이 투자를 만나 성장 기술이 됐다”며 “창업 당시 버전 1부터 9까지의 개발품 계획을 갖고 시작했다. 6년차인 올해 여섯 번째 소재를 개발중이다. 물을 쓰지 않고, 화학 처리를 하지 않으며, 다시 재생 가능하고, 원료는 오직 천연 폐기물만을 사용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확고히 지킨다”고 말했다.


올해 파주 땅을 매입한 아코플레닝은 내년 4배 규모의 본사를 오픈한다. 그 곳에는 폐기물 재생 라인이 들어서는데, 일주일에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이 8톤에서 20톤으로 증가한다. 환경 분야벤처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60억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연내 60억 추가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에도 내수 영업은 쉽지 않았다. 2~3년간 고군분투하다 현재는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아디다스나 나이키, 볼보, 아르마니 등의 매니저들이 파주 골짜기까지 찾아와 정말 물을 안 쓰는지, 재생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실과 섞어서 이렇게 만들어 줄수 있어 하고 묻는다. 가격은 맨 나중”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폴리, 나일론보다 좋은 점이 뭔지, 가격은 더 싼지 묻고는 끝이라고 했다.

 

국내 업체 처음으로, 내년 1월 삼성 ‘빈폴맨즈’가 아코의 소재로 만든 스니커즈를 출시한다.


김 대표는 이러한 차이가 정책과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주는 고급 브랜드일수록 친환경을 쓰는 것을 프라이드로 여긴다. 아코의 5가지 원단을 공급하는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100% 리싸이클 소재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대표적 재생 가죽 기업인 이레더는 런던 ‘그린시티’ 지정 이후 버스, 건물들이 모두 재생 가죽으로 교체되면서 급성장해 작년에 7천억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패럴뉴스 본사를 찾은 김지언 대표가 ‘프리미에르비죵 어워드’ 트로피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어패럴뉴스 본사를 찾은 김지언 대표가 ‘프리미에르비죵 어워드’ 트로피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목표는 ‘재생 가죽 글로벌 넘버원’
“친환경 소재 분야 국내 업계에 큰 기회”

 

그에 비해 국내 인식과 정책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더불어 뿌리 제조업에 대한 중요성, 글로벌 이슈인 친환경 산업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매뉴팩처링을 원해 공장 건립을 위해 전국을 돌았는데, 모든 지자체가 폐기물 시설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환경도시를 표방하는 파주시에서 PT를 하고, 지역 간담회의 동의서를 받기까지 1년7개월이 걸렸다.


물과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친환경 프로세스인데도 그토록 힘들었다. 환경 정책이 산업과 생활로 이원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분명했다. 재생 가죽으로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 국내 가죽 폐기물 100%를 재생 소재로 만들어내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는 “내 사업을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젠가 당신들이 준 폐기물이 저기 센트럴시티에서 조깅하는 여인이 신고 있는 신발이 되었다고 말하는 날을 꿈꿔왔다. 친환경 재생 소재는 전 세계적 요구다. 한국 기업이 그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완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다. 시장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사장되는 아이디어와 기술도 많다. 도전정신이 필요하고, 세계적 트렌드를 반영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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