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지키는 디지털 가격 전략

김호종의 ‘총, 균, 디지털’

발행 2021년 01월 2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호종 오쏘익스체인지 대표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묘사한 것은 가격이다. 그 근간은 수요 공급의 법칙이고 이것은 경제학의 유일한 진리이다. 예외가 있다면, 사치품처럼 가격이 올라가는데도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과시적 소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와 수요가 많든 적든 무조건 가격이 내려가는 ‘온라인 가격’이다. 그래서 디지털 경제는 “저가가 뉴노멀인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디지털 중심의 마켓 4.0에서는, 마케팅 4P의 가격(Price)이 통화(Currency)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성수기의 호텔과 작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배추 값, 환율이 실시간 변하는 외환 시장 등 이미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요점은 가격이 시장 수요나 고객 맞춤 가격 책정에 따라 변할뿐, 지금 온라인 가격처럼 아래로만 내려가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가격의 왜곡은 유통과 매니저, 브랜드 임직원의 합작품이다. 대부분의 유통은 ‘저가’가 미덕이고 인센티브를 더 받으려는 것은 매니저의 본능이다. 그들에게 브랜드는 일회용 면도기와 같다. 이를 관리해야 할 임원에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팔지 말라”는 질레트의 명언은 “내게 내일이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의문으로 돌아온다. 


나이키, 디스커버리는 슈퍼 을이라서 가격 관리가 가능했다고 해도, 매장 이동 등 불이익을 버텨내고 성공한 타미힐피거나, 다시 돌아온 폴로도 가격 압박과 트렌드 속에서 잘 버텼다. 이런 성공은 누군가가 확신을 갖고 기다려 줬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듯 가격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인이나 유통에게 물을 수 없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의 비전과 의사 결정자에게 있다.


최근 온라인 시장의 소비자 트렌드는 가격에서 속도, 콘텐츠, 서비스로 다양하게 이동 했다. 요즘 가장 핫한 무신사는 콘텐츠 마케팅으로 성공했고 그들이 생산해 내는 콘텐츠는 1년에 6만6천 개에 달한다. 마켓컬리의 배송 속도, 파페치의 DHL 무료 반품, 자포스의 365일 반품 서비스, 오케이몰의 고객별 맞춤 할인 등 고객이 구매 후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만족감이 크다면 가격은 첫 번째 고려 요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의 현실은 어려움 속에서 당장 재고라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온라인 마켓 정비가 필수다.


제일 먼저, 몇 장 안 남은 이월 상품은 당장 걷어내자. 매출에 큰 도움이 안 되면서 정상 판매에 지장만 준다. 꼭 해야 한다면 신상품, 기획상품, 아울렛 상품을 정확히 표시하자. “마켓 MD가 가격을 안 올려줘요” 하는 식의, 이런 초보에게나 먹힐 거짓말은 하지 말자. 판매 정지하면 된다. 


무신사 같이 신상품을 원하는 마켓과 위메프 등 가격을 원하는 마켓들을 세분화해서 마켓 별로 원하는 것을 주자. 내려가기만 하는 시장에서는 어제 비싸게 산 고객의 ‘불쾌한 구매 경험’만 쌓인다. 


하루 깜짝 빅 이벤트로 큰 매출을 내고 바로 가격을 회복시키는 ‘가격 탄력성’과 리듬을 갖자. 지금 어쩔 수 없이 할인이란 한물간 카드를 써야 한다면,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장치 정도는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손의 저주’ 즉, 새로운 수요 창출 없는 과잉 공급은 결국 브랜드를 짧은 생애로 마감하게 한다. 이는 추론이 아니라 오랜 브랜드 마케팅과 온라인 판매로 얻은 경험적, 임상적 확신이다. 가격은 옴니채널을 시작하는 키다. 초연결 기술의 발달로 가격은 통화처럼 실시간 변경이 가능해졌고, 가격을 역동적으로 잘 활용하려면 빅데이터와 고객 분석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축척되어야 한다. 


리오더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 신상품 할인 테스팅을 하는 것이나 이미 기본이 된 고객의 기념일 맞춤 할인 혜택 등은 명분이 있고, 목적이 뚜렷하며, 고객을 섬세하게 배려하는 일이다.


이런 고객별 맞춤 가격은 디지털 전환의 한 축이기도 하다. 전략은,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지 자신이 혼란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디지털 전환 목표를 차분히 재정비하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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