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이 돌아오는 2021년을 기대하며

남훈의 ‘패션과 컬처’

발행 2021년 01월 1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올해는 보신각의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우리 앞의 수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지만, 지난해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같은 일이다. 전염을 막기 위해 모이지 말라는 지침이 구호나 권유를 넘어 사회적 규제로까지 격상된 지금, 우리들의 삶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2020년은 다들 많이 힘들었다. 자영업자들, 식당과 카페, 그리고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마케터들, 구직자들, 수험생을 돌본 어머니들. 비즈니스 기회가 봉쇄 혹은 제한되고 외출 자체를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팬데믹 시대를 맞아 처음엔 어떡해야 하나 불안해하다 어느 순간엔 좌절하고 상심하고 원망도 하는 날들을 우리는 경험했다. 


정책 결정자들도 아마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방역이라는 당면 과제를 수행해야 하지만, 동시에 임대료나 재고, 인건비, 현금 흐름 같은 여러 조건들을 생각하면 각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공간에 손님이 방문해서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는 현실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를 봉쇄하는 3단계에 대해 신중하고 또 신중한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걸 차단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까지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매장들이 셧다운되고 집 밖을 나오려면 통행증을 받아야 하는 그런 시스템을 우리는 견뎌낼 수 있을까. 온라인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주문에 대한 패키징은 누가 하고 또 배송은 어떻게 되나. 재택근무를 환영할 수도 있는 월급 받는 직장인들 말고 트래픽이 매출인 유통 기업과 식당, 자영업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사회가 봉쇄될 때 각 기업이나 매장의 급여를 국가가 부담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 그리고 임대료의 70퍼센트 이상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캐나다의 정책 같은 걸 우리 정부가 참고하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는 또 기어이 새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백신과 치료제 접종을 개시하면서 사회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고통을 학습한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또 나름의 경제 활동과 생활을 이어 나갈 것이다. 하나의 임팩트 있는 사건이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치지 않듯이, 사람들은 어려움이 발생하면, 그걸 이겨내고 싶은 의지를 자신의 내부로부터 끌어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88올림픽 이후 경제가 호황이던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던가. 90년대 IMF 경제 위기와 2000년대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겪은 지 일 년, 이제 충격을 담담하게 바라볼 시점이 되었다. 

 

돌체앤가바나(D&G)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와 같은 유니크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고, 클래식한 포멀 웨어가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뉴욕 풍 스트리트웨어들이 매장의 전면을 차지하는 등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해왔다. 그렇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지금 우리 앞의 브랜드들은 대응하고 적응하고 또 진화해 온 것이다. 


소비는 줄였지만 취향의 차원은 더 높아진 한국 남성들을 보면서 나는 어느 회의실에서 일본 셀렉트숍보다 더 나은 디자인과 컨셉을 논의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글로벌 SPA를 넘기 위해 가격과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도 떠오른다. 또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준 변화를 잘 반영한 뉴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들어갈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이든 개인기업이든 패션 산업은 미래를 향해 굴러갈 것이다. 


나름의 판단에 이르러 비용 구조를 조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필요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숙고하는 패션 업계 사람들, 새해엔 이 사람들 앞에 행복한 순간들이 놓여지길 기원한다. 잃어버린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그런 2021년이기를, 그 순간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보태고 기여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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