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칼럼] 슬랙이 세일즈포스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4가지 이유

양진호 토스랩(잔디) 이사

발행 2021년 01월 1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양진호 토스랩(잔디) 이사
양진호 토스랩(잔디) 이사

 

 

최근 세일즈포스가 슬랙의 인수(총 277억 달러)를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다. 슬랙을 주로 사용하는 IT기업이나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이번 인수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3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의 수차례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인수 제안을 거절해 온 슬랙이 왜 세일즈포스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일까.

 

협업 툴 시장에 대한 관심 고조

 

협업 툴 시장에 대한 관심은 크게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사내 업무 소통은 이메일에서 개인용 메신저로 넘어오고 있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원했고, 경영진은 더 많은 정보에 기반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다만, 개인용 메신저를 업무에 사용하면서 기업 보안, 제한적 파일 보관 기간, 공과 사 대화 구분이 어려운 점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Rapid Revenue Growth
  

 

이에 따라 업무용 도구 사용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성장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협업 툴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쿠팡, 배달의민족, 야놀자, 무신사 등의 유니콘 기업 대부분은 업무용 협업 툴을 활용해 사내 직원들과 소통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되었다. 재택근무 시행 기업이 많아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결성을 높여주는 온라인 협업 공간이 필요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바로 줌(Zoom)일 것이다. 2020년 한 해에만 주가가 무려 6배 상승해 시총 120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 10월 말에는 단일 화상회의 서비스만으로 석유업체 엑슨모빌의 시총을 넘어선 적도 있다. 이러한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은 기존 협업 툴의 존재나 중요성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큰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상장 기업으로서의 수익 구조 필요

 

슬랙은 B2B 시장에서 이례적인 J-Curve 성장을 그리며 그 어떤 B2B 스타트업보다 빠르게 유니콘 반열에 올랐고, 불과 6년만인 2019년 6월 뉴욕거래소에 화려하게 직상장했다. 공개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스케일 업 전략에 들어갔으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제품 중심의 성장을 위해 R&D 투자에 집중했던 스타트업 시기와 달리 기업 공개(IPO) 이후에는 매 분기마다 실적 부담이 커졌다. 더불어 줌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매서운 공세까지 이어지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부분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 위주로 슬랙을 사용하다 보니 수익화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프리미엄(Freemium, 무료+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슬랙은 무료 사용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전체 사용 고객사 중 약 14%인 11만 개 사가 유료 요금제를 사용한다. 즉, 70만 개에 이르는 무료 고객사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고 무료 사용자를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프리미엄 비즈니스 모델과 입소문 효과는 초고속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고, 일부 유료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때 결코 헛된 비용은 아니다. 다만 상장사는 단기 실적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익 구조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판관비를 제외하고 사용하고 있는 AWS 인프라 비용만 살펴보더라도 향후 5년간 최소 4500억 원 이상을 서버비로 지출할 예정이다. 최근 회계연도 기준 7000억 원의 매출에도 여전히 10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 제품에 비해 메신저는 기업의 업무 방식이나 문화가 함께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어 코로나 사태 직후의 단기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셋째,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을 위한 고민이 많아졌다.

 

상장사를 향한 지속적인 실적 압박은 슬랙이 더 이상 중소/스타트업 시장에만 머무르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슬랙은 중견 이상의 엔터프라이즈 기업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더라도 슬랙의 특정 대화방을 공유할 수 쉐어 채널(Shared Channel) 기능, 이를 더 확장한 슬랙 커넥트(Slack Connect:최대 20개의 다른 회사가 채널을 공유), 기업 디렉토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미토(Rimeto)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노력의 결실로 IBM, 아마존, 페이팔, 에어비앤비와 같은 대형 고객사 유치에 성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슬랙 인지도는 낮았고 단순히 제품의 사용성을 기반으로 도입하는 중소기업 시장과는 다르게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 보안, 가격, 고객지원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J-Curve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다.

 

 

 

 

세일즈포스라는 파트너’를 만나다

 

연간 10만 불 이상을 내는 고객사도 1,080개로 이미 수만 개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365 패키지에 협업 툴 팀즈를 포함시켜 ‘무료’ 상품처럼 제안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4년 전 슬랙에 인수 제안을 했다 거절당했다. 과연 MSRK 인수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2016년 MS가 제안한 80억 달러는 2019년 슬랙 상장가 230억 달러나 2020년 세일즈포스 인수가 277억 달러에 비하면 훨씬 적다. 4년 전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과연 지금의 슬랙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에 새로운 고객 발굴 없이 기존 고객에게 제품 소개가 가능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MS의 협업 툴 공략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야머(Yammer), 링크(Lync), 스카이프(Skype for Business)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결국 팀즈라는 자사 개발 제품을 내놓게 한다. 뿐만 아니라 슬랙 사용자들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브랜딩에 열광하는데 이마저도 MS와 함께 했다면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슬랙은 세일즈포스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슬랙 창업자이자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세일즈포스와 M&A를 논의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슬랙은 리미토(Rimeto) 인수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었다. 이후 2016년 세일즈포스가 인수한 문서기반 협업 툴 큅(Quip)에 대한 관심으로 만남이 이뤄졌다고 한다.

 

세일즈포스의 인수 이후 빠르게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늘린 큅(Quip)의 사례를 보며 세일즈포스를 인수자에서 점점 파트너로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세일즈포스
세일즈포스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매출 규모만 약 20조 원이고 시가총액도 200조 원을 넘어섰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인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는 MS의 가장 큰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질 만큼 소프트웨어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CRM에서 시작된 사업은 현재 마케팅, 고객응대, 데이터 시각화, 워크플로우에 이어 협업 툴까지 세일즈포스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MS vs Others...국내 협업툴 시장도 성숙기로

 

협업툴 분야 또한 타 소프트웨어 분야와 마찬가지로 크게 MS vs 그 외 플레이어들의 경쟁 구도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협업툴 서비스들은 중소기업 기반으로 초기 성장하다 결국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MS와 마주치게 된다. 물론 이는 쉽지 않는 경쟁이고 제품의 우위가 뚜렷해야만 한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줌, 슬랙, 트렐로와 같은 글로벌 협업 툴은 모두 대기업이 아닌 ‘언더독’ 스타트업에서 나온 것이며, 수평적이고 유연한 스타트업 특유의 기업문화는 협업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고 그것을 제품에 반영시킬 수 있다.

 

국내 시장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논의와 함께 재택근무 의무화까지 언급되면서 협업툴 도입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잔디, 콜라비와 같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네이버웍스, 카카오워크 등이 최근 진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협업 툴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세일즈포스-슬랙과 같은 인수합병 소식이 조만간 국내에서도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일즈포스

-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형태로 고객관리 소프트웨어(CRM)를 제공하는 업체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HP 같은 IT 기업부터 버버리, 로레알, 던킨과 같은 소비재 기업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관리 및 데이터 분석을 위해 활용중이다.

 

슬랙

- 2013년 설립된 슬랙은 클라우드 형태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로 전 세계 협업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하루 사용자가 1,200만 명에 이른다. IBM, 아마존을 포함하여 포춘 글로벌 100대 기업 중 65개 기업이 슬랙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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