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기] 브랜드 정체성의 전제는 지속성이다

발행 2022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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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출처=디올

 

지난 5월 한 패션 매체를 통해 2021년 럭셔리 컴퍼니들의 성적표가 공개되었다. 예상대로 대부분이 직진출 법인이며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터라 실적이 크게 뛰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크리스찬 디올(이하 디올)에 모두가 주목했다. 세 자릿수 신장률은 물론이고 20%에 육박하는 이익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자와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세계 3대 럭셔리 그룹 등의 10% 중반을 넘나드는 이익율을 접해 보기는 했지만 20%는 처음 이었다. 물론 국내 직 진출 법인들이라 생산 등 여러 부대비용이 없고 유통 수수료가 낮기 때문이지만 최근 디올의 성과를 꼭 그렇게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최근 성수동에 오픈한 디올 성수의 웅장한 위용을 보면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5월 1일 오픈한 ‘디올 성수’는 1946년 크리스찬 디올이 만든 파리 몽테뉴 30번지에 있는 첫 디올 하우스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마치 궁전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오늘날 디올의 성공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정체성을 계승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LVMH가 2017년 무려 15조 원을 투입해 디올을 인수할 때는 그만한 잠재력을 확신한 것이다.

 

인수 후 계속해서 적자에 허덕일 때마다 무리한 인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아르노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수년간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했고, 존 갈리아노와 현재의 라프 시몬스 CD를 거쳐 다시 세계적인 최정상 부티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르노 회장이 크리스찬 디올 생전에 수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했던 점을 누구 보다 잘 알았던 데 있을 것이다. 여성성과 아름다움은 잃지 않으며,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배제한 결과다.

 

출처=휠라

 

그렇다면 이런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서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 예로 각 국가 공항 이름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관문으로 통하는 뉴욕에는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 있고, 유럽의 허브인 파리에는 샤를 르 드골 공항이 있다. 모두 자국의 역대 대통령 이름을 따온 것으로,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들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지역 이름을 따서 공항 이름을 지었다. ‘인천국제공항’보다는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김포국제공항’은 ‘김구 국제공항’으로 지었다면 어땠을까.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럭셔리 브랜드 모두 설립자나 디자이너 이름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울러 국가의 정체성과 우리 역사의 중요한 인물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계기도 될 것이다.

 

국내 패션 분야에서 보자면, 글로벌 4대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였던 휠라를 국내 지사가 인수하여 성공시킨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 태생의 100년 역사를 가진 휠라였지만 90년대 후반 경영진의 무리한 해외 투자 실패로 어려움이 생겼고, 2001년 국내 1500억 매출을 기록한 휠라코리아가 4500억에 본사를 인수했다. 이후 제일 먼저 재투자를 한 곳은 다름 아닌 미국 시장이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글로벌 브랜드로 다시 인정을 받기 위해서인데, 스포츠 시장 1위국인 미국에서의 도약이 최우선 전략이었던 것이다.

 

브랜드는 정체성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고 성장은 결국 지속성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상호 보완적인 명제다. 어느 것 하나만 치중해서는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이제는 안다.

 

정승기 메트로시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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