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작지만 지속가능한 리테일의 조건

발행 2021년 0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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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사 서울
발란사 서울

 

 

얼마 전 함께 일하는 후배와 함께 ‘발란사 서울’을 방문하였다. 부산에서 소문난 편집 매장인데 서울 매장은 ‘발란사 브랜드 상품’ 매장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서 궁금했었다. 발란사에 덧붙여진 ‘사운드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날로그 LP플레이어로 구성된 디제이 장비와 VHS 비디오 플레이어까지, 작은 공간이지만 설레임이 꽉 찬 분위기가 매우 즐거웠다. ‘발란사’와 ‘밀레’의 콜라보레이션을 보며 예전 동경 다이칸야마에서 만난 ‘나나미카×노스페이스’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루브한 음악과 한쪽 벽면을 채운 그래피티는 내 주니어 시절 브랜드를 떠올리게 했다.  


발란사 서울 매장은 매 시즌 바잉한 패션 상품과 디제이 장비, 레트로 가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가 과거부터 경험해온 전형적인 매장 구성과 많은 차이가 있다.


수년 전부터 패션 오프라인 리테일에서는 ‘라이프스타일’이 키워드로 부각 되면서 홈 크리에이션과 취미, 그리고 식음료 등이 패션과 결합되어 진화되어 왔다. 기존 패션 상품 매장들이 맞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가져다 놓으라’는 지시를 따른 나머지 혼재된 상품 믹스가 나타나기도 했고, 어쩌다 지나치게 미니멀한, 실은 심심한 모습이 되기도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메인 상품그룹과 연결된 카테고리 구성 그리고 타사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놓치면 재미가 없다. 


지난 기간 우리 주변 패션 리테일을 돌아보면 실소비자의 취향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공급자의 발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당연히 실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하지만 그 소비자 그룹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 10~20대 전부가 원하는 것을 다 몰아 놓는다면 ‘구매 경험-만족-충성도 제고’의 결과를 만들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발란사 서울
발란사 서울

 


발란사 서울을 보면서, ‘스트리트 캐주얼’이라는 개념으로 특정되기 어려운 컨셉을 보완할 상품 카테고리를 어떻게 추가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스트리트 캐주얼은 과거와 같은 하위문화가 아니다. 명품과 콜라보레이션하면서 최상위 ‘플렉스’로 자리매김했고, 지금의 ‘프레스티지’ 이미지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머그컵, 재떨이, 필케이스 그리고 손수건까지 ‘누가 상품화했는가’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달라진다. 연간 백억 원 매출의 대형 오프라인 브랜드숍과 한번 방송에서 수억을 판매하는 TV홈쇼핑, 그리고 최근의 모바일 커머스까지 모든 유통은 당연히 많이 팔고 싶다. 하지만 많이 판매되지는 않더라도 고객과 매장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규모 정도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끌려가는 어색한 모습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소비자 트렌드를 보면 분명 취향은 다양해졌고, 요구는 구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마도 발란사 사장님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모아 상품화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분들도 아마 같은 취향일 가능성이 높다. 


남의 것이 좋아 보인다고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남을 따라 하는 경우라도, 제대로 알고 따라 해야 하는 거다. 이제는 시장환경이 바뀌고 소비자들도 달라져서 사업할 때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사업 자금, 백화점과 홈쇼핑에 입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상품으로 고객에게 말을 걸고 그들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발란사 서울’처럼 즐거운 만남과 교류가 있는 사업을 자신 있게 전개하는 사장님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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