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발행 2020년 11월 23일

장병창 객원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나는 시니어를 위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직접 디자인을 하다 보니, 평상시 시니어들의 생활 패턴을 유심히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기존 노인층에 비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 성향을 갖고 있다. 노년기를 생의 마지막 시기가 아닌, 자기실현의 기회 또는 제3의 인생이라 여기는 긍정적인 시각도 이전 세대와 대조적이다. 


시니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생활 속 활동은 미용, 운동, 여가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직장에서 은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체와 모임을 여러 개 만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젊고 건강하게 자신을 가꾸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노년을 더 즐겁게 보내고자 하는 시니어들은 점차 더 많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이다. 전문 아카데미와 백화점 문화센터 뿐만 아니라 동네마다 있는 동사무소, 구청 그리고 대학교까지 합세하며, 대한민국은 지금 시니어 모델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안에는 골프, 산행, 에어로빅 같은 단체 운동과 와인 스쿨, 건강 세미나, 이미용, 여행 그리고 반려동물 모임 등이 다채롭게 활성화되어있다. 예전 모든 대학마다 경영자 스쿨이 있었다면, 지금은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가 개설되어, 그들을 흡수하고 있다. 


한 매체가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들은 가장 선호하는 노후생활로 전원생활을 꼽았다. 이어 레저, 여행, 운동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싶다는 응답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다거나, 다른 일을 찾고 싶다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미국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오토 캠핑(자동차를 이용한 야영) 열풍이 일었고, 일본은 크루즈 여행이 특수를 누렸다.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랩은 50~60대 여성의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덩달아 시니어들의 필수 여행 아이템인 스카프, 모자, 양산, 선크림의 매출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부터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초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2018년 고령 인구 비율이 14.8%를 기록했으니, 아주 빠른 속도다. 


한국의 미래사회위원회는 우리나라 50세 이상 시니어층의 가계 소비 규모가 2005년 83조7000억 원에서 2010년 130조 원, 2030년에는 432조5000억 원으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히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의 잠재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까다롭기도 하다. 삶과 소비의 경험치가 많은 세대이다 보니, 무조건 비싸거나 싼 제품이 아닌,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경향이 크다. 또 커뮤니티 내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의 평가가 큰 입김으로 작용한다.  


눈여겨봐야 할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무분별하게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백화점이 한때 우후죽순 생겨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사라졌는데, 앞서 밝혔듯이 그들의 관심사가 옷이나 화장품이 아닌 건강, 취미, 여행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의 ‘시니어’는 불어(sei·gneur)로 봉주, 영주로서 상급자, 고급스러움을 뜻한다. 그들은 삶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삶의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을 것이다. 그 마음을 헤아리는 비즈니스와 사회 정책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발전하면 좋겠다.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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