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피자와 롤렉스

발행 2020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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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롤렉스

 

 

캐주얼 의류, 스니커즈와 구두, 가방과 핸드백 등 패션 상품이 여전히 익숙하지만 벌써 개점 4주년이 된 벨라시타를 운영하다 보니 식음사업에 대한 고민이 더 많다. 


만나는 사람도 패션 쪽보다 식음 쪽이 많아졌고 대화 주제도 거의 식음 중심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식음사업을 대할 때는 ‘이제는 나이도 먹어서, 은퇴하면 패션사업보다 작은 식당이나 하나 해야겠습니다’라고 종종 말해왔는데, 필자는 식당이 리테일(판매)과 상품 MD(메뉴 구성) 뿐만 아니라 제조(조리 과정)까지 고민해야 하는 사업이란 사실도 몰랐던 무식쟁이였던 것이다. 


몸으로 하는 일이 어렵기는 다 비슷하지만 제조 과정에서의 강도가 다른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빵과 디저트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호기심이 많아질수록 고민과 좌절은 더 깊어졌고 고수(?)들을 만날 때마다 감탄과 존경심은 더해졌다. 


얼마 전 미국에 사는 패션 디자인 교수 친구와 LA에서 20년 넘게 피자를 만들어온 그 친구의 남편을 만나 피자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자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피자를 공급하는 시장은 취약해 보인다고 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와 동네 저가 피자, 그리고 이탈리언 식당의 피자 등 가격과 품질의 세분화가 안 되어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어린 시절 이민을 가서 처음 먹어본 피자(그의 표현으로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형편없었던 맛의 피자’)로 인해 피자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에게 생애 첫 피자는 고등학교 시절 신촌 레스토랑에서 미팅을 하면서 먹은 것이었다. 어색하기 이를 때 없고 먹는 법도 잘 몰라 쩔쩔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학 시절 이태원에 개점한 글로벌 피자 레스토랑을 다녀 온 친구들이 자랑을 늘어놓던 모습도 생생하다. 지금은 치킨과 함께 대한민국 어린이와 청소년 대부분이 선호하는 대표 매뉴이자 가장 친근한 음식이 되었다.


디자인 교수 친구는 남편의 말에 “예전 대학 시절, 빽구두에 정장 입고 먹던 것이 피자였지”라며 ‘라떼 토크’를 날리기도 했다. 

 

피자집 사장님은 롤렉스와 할리 데이비슨 그리고 포르쉐를 좋아했다. 그리고 피자도 많이 좋아했다. 본인이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피자를 좋아했다. 피자와 롤렉스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의 공통점은 늘 가까이 있고 매일 먹고 사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매일 먹는 피자와 아침에 일어나면서 손목에 끼워지는 롤렉스 그리고 매일 어딘가 이동할 때 타는 할리 데이비슨, 공통점은 데일리 소비이다.


필자가 상업시설의 리테일 카테고리 중 라이프스타일 섹션을 다룰 때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바로 ‘데일리(daily)’에 있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서 이전에 비해 최근 더 부각되는 지점 역시 ‘친밀한 소비’이다. 방문 빈도와 체류 시간의 증가는 친밀함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그 친밀함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 낸다.  


미국 피자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린 결론은 오랜 연구와 많은 노력을 해 온 그가 이제 피자 장인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국내 피자 광고를 보면 다양한 재료를 넣고 또 모양을 바꾸는 내용 일색인데 그는 반대로 재료를 거둬내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재료를 거둬내는 대신, 본질에 충실 하다보니 매출이 올라가더라는 얘기였다. 


매일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고 그 만족도가 높은 것, 그것이야말로 라이프스타일 속의 명품이 아닐까 싶다.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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