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의 ‘오뜨꾸튀르 복귀’가 주목 받는 이유

발행 2020년 01월 29일

장병창 객원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뎀나 즈바살리아
뎀나 즈바살리아

 

주문 맞춤복 가치 재평가...발망, 지방시 등 속속 참여 
스트리트웨어 피로도 쌓이며 새로운 변화 기폭제 기대  

 

[어패럴뉴스 장병창 객원기자] 금년 초 파리 오뜨꾸튀르 쇼를 장식한 톱 뉴스는 장 폴 고티에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50년 패션 무대를 떠난다는 것과 함께 오늘 7월 발렌시아가가 52년 전 접었던 오뜨꾸튀르 콜렉션을 다시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발렌시아가의 오뜨꾸튀르 복귀 소식 발표는 그 주인공이 뎀나 즈바살리아라는 점에서 한층 관심을 끌고 있다.  


베트멍을 창업하고 발렌시아가의 아트 디렉터 직을 맡고 있는 뎀나 즈바살리아는 패션계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명이다. 두꺼비 모양의 못생긴 스니커즈 트리플 에스를 비롯해 거지 차림새의 오버코트, 배송회사 DHL 로고의 티셔츠 등으로 지난 몇 년간 스트리트웨어 시장을 주름잡아왔다. 스트리트웨어 패션의 파이어니어로 꼽힌다. 


그런 그가 오뜨꾸튀르 복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에 패션계의 놀라움이 더했을 것이다. 마치 뒷골목에서 뛰놀던 한 악동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장 차림으로 근엄한 분위기의 귀족학교를 찾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즈바살리아는 성명을 통해 ‘오뜨꾸튀르가 발렌시아가의 원천이고 그 줄기를 찾아 복원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했다. 


발렌시아가의 창업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오뜨구튀르가 스페인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까지 명성을 떨쳤던 과거를 되돌아보면 당시의 라이벌 크리스찬 디올로부터 ‘우리들 모두의 마스터’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타고 덮쳐오는 네타 포르테, 기성복 시대의 물결에 무릎을 꿇어야했다. 52년 전 창업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파리 아틀리에 문을 닫게 된 배경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급 주문 맞춤옷을 뜻하는 오뜨꾸튀르는 보통 사람들이 범접하기에는 값이 너무 비싸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파리 아틀리에 인기가 한창일 때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그 가게에서 구입한 드레스 청구서를 내밀자 케네디 대통령도 움찔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갑부 가문의 대통령이었지만 비싼 옷 값 지출에 국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것을 걱정했고 결국 그녀의 시아버지인 조셉 케네디가 대신 물어줬다는 얘기다.


요즘도 옷 한 벌에 10,000달러 이상 지출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걸쳐 4,000명 미만이라는 것이 패션 전문지 보그 비즈니스의 추정이다. 그만큼 오뜨꾸튀르의 상업적 가치가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오뜨꾸튀르 환경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 2018년부터 발망, 지방시가 오뜨꾸튀르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마리아 그라자 치우리가 이끄는 크리스찬 디올의 오뜨꾸튀르 비즈니스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에디 슬리먼을 맞은 세린느는 오뜨꾸튀르 사업을 계속 확장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를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의존해온 스트리트 패션에서 벗어나 다양화를 꾀해보려는 노력으로 풀이한다. 최근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스트리트 패션은 곧 사라진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발렌시아가의 세르딕 샤르빗 CEO도 ‘이미 꾸튀르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메종  컨셉의 부활을 강조했다. 오꾸끄튀르가 지속 가능패션 트렌드에 맞는다고도 했다. 


오는 7월 선보이게 될 즈바살리아의 오뜨꾸튀르 콜렉션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창작성 못지않게 스트리트 패션에서 쌓은 경험을 오뜨꾸튀르에 접목시키는 실험이라는 점일 것이다. 오뚜꾸쿠튀르의 상업적 가치 재창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적잖은 패션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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