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디지털 경제의 ‘꽃’… 자사몰과 D2C를 키워라

발행 2021년 01월 06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자라·나이키, 디지털 직접 판매로 빠른 회복
국내 주요 패션사도 자사몰 중심 전략으로 전환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글로벌 SPA ‘자라’의 인디텍스는 지난해 3분기(8.1~10.31) 매출 14%, 영업이익은 13%가 각각 줄었지만, 온라인 판매는 76% 늘었다. 나이키는 지난 9월부터 11월 말까지의 2021 회계연도 2분기 매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순익은 12% 늘며 이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벗어났다. 나이키 역시 이 기간 디지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나 늘었다. 


존 도나호 나이키 CEO는 “84% 성장의 디지털을 바탕으로 한 직접 판매로, 도매 부문의 부진을 만회했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을 대표하는 ‘탑샵’을 보유한 아카디아그룹은 파산 신청을 하며 유럽 패션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탑샵은 영국 300여 개를 비롯 58개국 510여 개 매장을 운영해왔다. 탑샵 몰락의 원인으로, 온라인에 대한 고집스러운 ‘외면’이 지적된다. 


작년 하반기 온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에 진출한, 요즘 가장 ‘핫’한 미국의 친환경 슈즈 ‘올버즈’의 조이 즈윌링거 대표는 “홀세일이나 위탁 판매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명품 업계까지 직접 판매, 특히 디지털을 통한 D2C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오프라인이 셧다운된 팬데믹 기간, 상품을 팔 곳이 온라인뿐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면 될 일이다. 전 세계는 지금, 디지털 직접 판매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 직접 판매(D2C)는 엄밀히 말해 제조와 유통이 분리되어 작동하는, 말하자면 도소매 장사를 하는 미주, 유럽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국내 패션 업체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브랜드 본사가 제조와 유통을 다 하는 SPA에 가깝다. 백화점도, 가두의 프랜차이즈도 실질적인 통제와 관리를 본사가 한다. 직영과 도소매의 중간 방식이다.  

 

‘데이터 주도권’을 위한 디지털 직접 판매

 

그래서 나이키와 같은 강도 높은 전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리점이나 백화점을 떠나 직영점으로 모두 돌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 현실에서 D2C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실현가능하다. 

 

 

자라
자라

 

 

여기서 왜 D2C 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본사 이익의 극대화 차원으로 해석해서는 오산이다.  


여기에는 디지털 경제의 재화라 불리는 ‘데이터’ 주도권,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과 경험의 극대화, 기회 손실의 최소화, 이익의 극대화 등 다양한 이점들이 포함된다. 


최근 수년간 패션 업계의 과제로 거론되어 온 온라인 자사몰은 팬데믹 기간 일부 업체들의 ‘천군만마’와 같은 역할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한섬의 ‘한섬닷컴’을 들 수 있다. ‘한섬닷컴’은 오로지 25개의 자사 브랜드만으로 지난해 무려 1,8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신장률은 64%, 회원 수는 36만 명으로 늘었다. 

 

 

더한섬닷컴
더한섬닷컴

 


삼성의 SSF샵, LF의 LF몰, 코오롱의 코오롱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SI빌리지에 비해 브랜드 수와 회원 수는 매우 적지만, 객단가는 월등히 높다. SI빌리지는 외부 브랜드를 합쳐 240개 브랜드, 회원 148만 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은 1,400억 원이었다. 한섬과 한섬몰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드러내는 방증이다. 


한섬은 ‘한섬닷컴’이 유일한 온라인 채널이다. 브랜드 파워를 발판으로 디지털 판매만큼은 직접 판매를 고수하고 있다. 

 

자사몰,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  

 

한섬과 같은 팬덤과 자사몰의 파워를 갖지 못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네이버윈도나 롯데온 등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를 할 때 한섬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 라이브 커머스 ‘핸섬 TV’를 통해 회원 고객을 상대로 라이브커머스를 직접 한다.  


네이버에 시즌오프 광고를 수천만 원을 들여 할 필요도 없다. 이미 충성도 높은 36만 명의 고객 데이터가 있고, 그들에게 라이브 커머스나 세일 홍보 문자를 보내면 알아서 자사몰로 모여든다. 

 

 

 


동시에 그들이 남긴 흔적은 고객 데이터, 판매 데이터로 쌓여 점점 더 적중도 높은 상품 기획, 세일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한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자사몰을 통한 D2C 전략을 구사하는 곳들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위에 거론된 대형사와 중견사들은 이미 자사몰을 중심으로 한 상품 기획, 세일 스토리텔링, 디지털 커머스 및 마케팅 전략을 펼쳐내고 있다. 


‘아디다스’는 요지야마모토의 콜라보 한정판 ‘Y3’ 시리즈를 온라인 자사몰에서만 판매하고, ‘자라’는 시즌 두 차례의 시즌오프를 온라인 회원 고객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한다. 온라인 충성 고객이 소중해서만은 아니다. 

 

 

‘아디다스’ Y3 시리즈
‘아디다스’ Y3 시리즈

 


온라인에서는 판매 결과, 고객 반응을 민첩하게 캐치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이어지는 오프라인 시즌오프를 더 효과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 


디스커버리, 휠라, 노스페이스 등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들도 그러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이는 이미 수만에서 수십만의 고객(트래픽)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에만 유효하다. 이를테면 이제 막 개설한 자사몰에 세일즈 전략이 바로 먹힐 수는 없다. 트래픽은 선결 과제이고, 데이터는 트래픽이 모여 만들어지는 ‘열매’다. 세일즈 전략은 그 ‘열매’를 어떤 방법으로 최대한 많이 따낼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 쯤이 된다.

 

 


 

편집장 코멘트

 

"데이터 세(稅)를 아십니까"

 

박선희 편집국장
박선희 편집국장

 

 

뜬금없는 질문 하나. 과연 플랫폼은 무조건 옳은가. 


모든 산업계가 플랫폼 경제의 미덕을 찬양하며, 빠져들어가는 형국이지만, 과연 그것이 유일한 정답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흥 유통인 플랫폼은 분명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담보된 트래픽과 마케팅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소위 경쟁력은 있지만 돈은 없는 창업자들과 브랜드에 기회를 제공해 왔다.   


지금은 ‘플랫폼 경제’라는 말이 상식처럼 거론되지만, 플랫폼이 생겨나던 초기를 돌이켜보면, 그 기능이 얼마나 신박(?)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브랜드들은, 이전의 등용문으로 여겨진 백화점에서 취급받지 못했다. 노쇠한 백화점이 과거 고객들에게 매몰되어 있는 사이, 플랫폼은 새로운 세대의 니즈를 수용하며 성장 가도에 올라탔다. 


하지만 플랫폼은 정말 백화점과 다른가. 사실 본질은 비슷하다. 그 역시 입점사가 만들어낸 매출의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초기 콘텐츠 차별화로 성장한다 하더라도, 규모가 커지면 그 규모를 유지하고 추가 성장을 하기 위해, 잘 되는 브랜드를 더 잘 되게 하는 딜레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성숙기로 진입할수록, 브랜드 발굴과 육성의 미덕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플랫폼만 돈을 벌어들이고, 입점 브랜드의 양극화는 커져 결국 쳇바퀴를 돌게 되는, 플랫폼 경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지난해 프랑스와 미국 정부 간 데이터 세(稅)를 둘러싼 신경전이 무역 분쟁으로 번졌다. 프랑스 정부가 미국 대형 플랫폼 기업들에게 데이터세를 부과하자, 미국 정부가 프랑스산 제품의 관세를 마구 올린 것이다.

 
국내에서도 슬금슬금, 데이터 세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플랫폼에 공짜로 제공하는 데이터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핵심 ‘재화’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전통 산업 분의 세수를 데이터 세로 확보해, 고용 및 소비 진작 비용으로 써야 한다는 구체적인 주장도 제기된다. 


패션 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사몰이 아닌 플랫폼 채널에만 안주할 경우, 그 ‘돈’이 된다는 데이터를 고스란히 플랫폼에 넘겨주는 셈이 된다. ‘데이터 주도권’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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