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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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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박해영기자
 
기업과 디자이너의 만남,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가능하다
 
비제도권 유통 채널을 선점한 A 회사는 불황에도 독보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이너, 프리미엄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브랜드를 인수했고 일부는 투자를 진행했다. 이들 브랜드를 통해 보다 고급화된 기업 이미지 획득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이 회사 오너는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도 전에 살생부를 만들었다.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일정 수준의 실적을 만들어내지 못한 브랜드는 퇴출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인수된 지 1~2년 미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주로 경고를 받았다.

2010년 전후 대형사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손을 뻗었다. 오브제를 시작으로 쿠론, 슈콤마보니, 구호, 자뎅드슈에뜨, 지니킴에 이어 최근의 ‘SJYP’가 대표적이다.

이들 대부분이 현재는 인수한 기업이나 디자이너와 결별했다.

이들의 인수대금은 10억~80억 원대 사이, 인수 당시 매출은 30억~100억 원대였다. 대형사 품에 들어간 후 매출은 3~8년여 만에 6~8배 이상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들이 디렉터 내지 디자이너들과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 브랜드 마켓의 한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은 외형 성장과 수익 창출이 제1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반면 디자이너는 ‘스피릿’과 ‘소울’을 생명처럼 여긴다. 이 둘은 한 곳을 보기도, 마주보기도 어려울 만큼 태생적으로 다르다. 10년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한 경우가 없는 것도 브랜드에 대한 시각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기업에 발을 담가 본 디자이너들은 입을 모아 모든 면에서의 자제력을 강요받는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디자이너들에게 마케팅비, 제작비 절감을 강요한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 곧 자기 자신인 디자이너들은 이를 상당히 가혹하다 느끼고 있었다.

한 디자이너는 원부자재를 몰래 구입해 공장에 넣기도 했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디렉터는 SNS 활동을 강요받았던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한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디자이너 브랜드는 일반 패션과 달리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영역이다. 장기적으로 투자해 빌딩할 생각이 아니면 욕심을 내지 말았으면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하면 이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유명 기업 오너가 평소 눈 여겨보아온 이색적인 브랜드에 투자하고 싶다며 소개를 부탁해 온 적이 있다. 이를 전해들은 스타트업 대표는 발끈하며 날을 세웠다. 브랜드에 대한 예우와 이해 없이 무조건 돈으로 접근하는 태도 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신세계가 ‘로우로우’에, 대명화학은 ‘오아이오아이’에, 슈퍼홀릭은 ‘인스턴트펑크’에 투자했다.

각각의 양 측은 사전에 운영 방식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자이너들 역시 그간의 사례를 보며 진화한 듯하다. 인수보다는 투자로, 매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는 방향으로 말이다.

기업은 디자이너의 소울을 인정하고 디자이너는 현실이 요구하는 균형감을 인정할 때 이들의 만남은 비로소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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