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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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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8>
 인플루언서의 진정한 힘은 ‘내적 소통’에서 나온다
 인플루언서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내적으로 얼마나 깊어졌는가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게 없다. 협업은 넘쳐나지만, 그냥 상업적 협업일 뿐, 사람들이 숭배하는 ‘개인’의 시각과 심미안으로 걸러낸 경험의 미가 없다.
 
최근 인터넷 공간은 임블리라는 인플루언서로 인해 한층 뜨거워졌다. 그녀의 개성을 어필함으로써 제품을 팔았던 패션기업에 대한 구매자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집단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연일 난타전을 벌인다.

임블리 사태는 무분별한 비 전문분야로의 확장과 명품 카피, 서투른 고객 응대 및 책임 전가 등 시장의 외형과 영향력은 커가지만, 내적으로는 조직과 시장 전략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실패한 위기관리의 한 예로 기억될 것 같다.

셀러브리티(Celebrity)란 단어는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도 통용되던 단어다. 라틴어원을 찾아보면 ‘명성의 조건’이란 뜻이다. 이 때 명성의 조건이란 한 마디로 모든 사람이 한 눈에 알아보는 사람을 뜻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전쟁 영웅을 칭송하기 위해 고대에도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을 딴 동전을 발행하고 큰 잔치를 벌였고, 영웅의 이름을 딴 거리를 건설했다.

최근의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유명인과 기업의 협업은 사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이들을 따르는 건, 그들이 세상에 보여준 현저하게 탁월한 업적과 재능, 무엇보다도 그들이 보여주는 헌신을 모방하고 싶은 인간의 본원적 욕구에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SNS 상의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상업적 차원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과도하게 그 영향력을 써왔다. 그들의 영향력은 단 한 번도 공동체의 윤리적 의제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과 연결되지 않았다.

영향력은 두 가지 토대를 통해 만들어진다. 먼저 공식적인 조직 내 지위가 주는 힘이다. 지위가 부여한 힘을 통해 처벌을 가하거나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보상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특정 개인이 가진 전문지식과 심미안과 같은 훈련된 감성으로 타인들을 감화시킬 때 발생한다. 사람들은 닮고 싶고, 역할 모델로 삼고 싶은 개인을 모방하며 ‘그의 영향력’ 속에 놓이게 된다.

최근 인플루언서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인의 노력과 개성으로 빚어낸 ‘퍼스널 파워(Personal Power)’가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었다. 문제는 사람 자체가 롤 모델이 될 경우, 앞장 선 리더에게는 일관성과 전문적 지식, 언행일치와 솔선수범과 같은 내적 자질이 강력하게 요구된다는 점이다.

우리 시대의 인플루언서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 개념은 일찍이 15세기 르네상스 시절부터, 한 개인이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련의 일상의 실천이자 태도이다. 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한 개인이 성숙화의 과정을 겪어가며, 사회와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나’란 주체를 윤리적으로, 심미적인 존재로 만들어가는 일종의 프로젝트란 점이다.

한국의 소비재 산업은 유독 이 라이프스타일 개념을 오용하고 남용해왔다. 이 나라의 인플루언서들에겐 이런 태도가 유독 부족하다. 빅토리아 베컴이나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디자이너 겸 셀럽을 칭찬하는 이유는 그들의 협업이 자신이 있는 로컬의 문제, 혹은 전 지구적 화두, 혹은 자신의 취향을 강화하며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 현대 미술 컬렉터로도 유명했던 베컴이, 소더비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15세기 르네상스 미술을 새롭게 조명하고, 특히 당시의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골라 자신의 매장에 전시함으로써 젠더의 문제까지 언급한 점은 놀라왔다.

인플루언서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내적으로 얼마나 깊어졌는가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게 없다. 협업은 넘쳐나지만, 그냥 상업적 협업일 뿐, 사람들이 숭배하는 ‘개인’의 시각과 심미안으로 걸러낸 경험의 미가 없다.

그저 명성을 얻으면, 그 명성의 조각을 세분화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제품과 연결해 오로지 판매의 확대만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브랜드 확장의 실패이자, 브랜드의 물 타기(Brand Dillution)로밖엔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쯤 ‘동질감’을 느끼고 싶을 만큼의 제대로 된 셀럽을 만나게 될까.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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