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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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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박선희 편집국장
 
온라인 자사몰, 안 되는 이유부터 제대로 알자
 
지식과 정보, 기술 인프라의 부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실무자들을 탓하며 ‘해 봤더니 안 됐다’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일이야말로 최악인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어버이날 선물을 급히 챙기느라, 국내 굴지(?)의 어덜트 캐주얼 업체 직영인터넷몰에서 상품을 주문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해당 업체 서비스 센터로부터 주문 상품 중 일부가 품절이라는 전화가 왔다. 순간, 주문 취소와 재구매 등 귀찮은 과정이 머리를 스쳤다. 품절 고지가 되어 있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재고 파악이 빨리 안 돼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 황당한 일은 이틀 후 벌어졌다. 서비스 센터도 아닌, 매장 점주라고 밝힌 이가 “고객님이 주문하신 상품이 다른 고객님의 상품과 바뀌어 발송되었다”며 자백(?)을 해 온 것이다.

명품부터 내셔널까지 수십 개 브랜드 풀을 보유한 또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주문한 상품이 오지 않아 닷새째 되는 날 쇼핑몰에 접속하니 ‘상품 준비 중’인 상태였다. 고객 센터에 문의하자, 여기도 ‘품절’이라고 했다. 상품이 품절인데 닷새간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해당 정보가 쇼핑몰에 업데이트 되는데 시간이 걸려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애들 말로 정말이지 ‘헐’이었다. 만약 확인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상품에 대해 돈을 받아놓고, 계속 ‘준비 중’으로 있을 작정이란 말인가. 

앞서 언급한 업체는 전국에 수백 개 대리점 망이 깔려있다. 그래서 자사몰을 오픈하기까지 가장 큰 고민은 점주 이익의 침해였고, 그 방안이 바로 ‘옴니채널’이었다. 그런데 그 옴니채널이라는 것이, 누군가 주문한 내역이 현황판에 뜨면 ‘저요’하고 먼저 손을 드는 대리점주가 매장에서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본사 온라인팀이 매장과 물류 센터의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배송하거나, 고객이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다고 해서 옴니채널이 아니다. 기업 내부, 백 엔드에서의 데이터 통합 즉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된 데이터가 실시간 공유될 때 비로소 옴니채널인 것이다. 

두 번째 언급한 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운영팀과 물류의 데이터가 통합되어 흐르지 못하고 단절되어 있다 보니, 재고 파악이 안 되고, 사이트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패션 계열사인 이 업체는, 온라인 유통과 디지털 인프라를 야심차게,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할 것처럼 말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경영진들은 “온라인을 해보니 돈도 되지 않는데, 오프라인에나 신경을 쓰자”며 투자 결정을 무기한 보류했다. 

만약 일반 소비자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겪었다면 수천억 외형의 이들 기업의 ‘태만’을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시각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다른 지점에 있다. 이들이 얼마나 많은 기회(매출)를 이런 식으로 날려버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최악은 이들 업체들이 이 ‘과정’을 ‘실패’로 결론내리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 기술 인프라의 부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실무자들을 탓하며 ‘해 봤더니 안 됐다’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일이야말로 최악인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데이터’는 곧 돈이다. 신규 브랜드를 추가로 내거나, 매장을 더 많이 내지 않아도, 데이터의 통합과 실시간 공유만으로 기업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오프라인을 포함한 미래 계획을 세우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수년전부터 자사온라인몰 육성이 강조되어 온 배경 역시 채널의 확장보다는 ‘데이터 주도권’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온라인몰 활성화의 첫 번째 단계는 트래픽 확보다. 당신이 오늘 온라인몰을 열었다고 고객이 알아서 찾아올 리 없다. 오프라인 매장과 다른 지점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온라인에서 나고 자란 업체들이 MD 보다 마케터 수가 훨씬 많은 이유다.

요즘 패션 업체에서 가장 ‘곡 소리’ 나는 부서가 온라인팀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돈을 들였는데, 왜 매출을 못 내냐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실무자들을 잡을 일이 아니다. 안 되는 이유를 제대로 아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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