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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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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7>
 패션과 공간은 본래 한 몸이다
 라이프스타일이란 의식주라는 3개의 주요한 주제에 더하여, 휴식과 자기 성찰, 놀이, 고유한 나를 만드는 기술 이렇게 일곱 가지가 포함된 생각의 체계다.
 
취향은 움직이는 거야

영국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 수 없다면 예술작품을 입으라”고 말했다. 이 말이 통용되던 시대가 있었다. 패션 스타일링은 개인의 정체성을 빚는 데 한몫을 했다. 최근 이 믿음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캐주얼 경향이 강해졌다. 시대의 변화를 읽는 것은 소비자들의 취향 구조를 읽는데서 출발한다. 취향(趣向)을 한자 의미로 풀면 ‘어떤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어떤 것이 있는 곳. 그것이 취향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의류에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금, 인테리어에 빠지다

SNS를 열면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핀터레스트로 각자 꿈꾸는 주거공간의 큐레이션이 가능한 시대다. 셀프 인테리어 서적이 쏟아지지만 아쉬움도 많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정교하게 개발하기보다 판에 박은 교과서적 룰에 천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온라인 집들이 해시태그를 치면 이미지들이 다들 엇비슷하다. 하얀 벽과 이와 연결된 초록빛 포인트 벽, 똑같은 명화 포스터, 루이스 폴젠의 조명,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가 배열된 집들, 너무나 획일적이다. 가구를 배치하고, 공간을 기획하고 나누는 일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명확하게 이해할 때라야 가능하다. 누군가의 템플릿을 따르기만 한다면 그 속엔 ‘내’가 사라진다.

북유럽 취향을 배우기 전에

현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거주할 방의 기능과 의미를 물으며, 그 속에서 느끼고 싶은 개인의 감정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이란 의식주라는 3개의 주요한 주제에 더하여, 휴식과 자기 성찰, 놀이, 고유한 나를 만드는 기술 이렇게 일곱 가지가 포함된 생각의 체계다. 우리의 거주 공간은 라이프스타일의 대부분이 실천되는 장소다. 우리는 드레스 룸에서 옷을 입고, 다이닝 룸에서 밥을 먹고, 서재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리빙 룸에 친구를 초대한다. 공간에 대한 투자가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투자가 되어가는 요즘이다. 왜 우리는 공간에 끌리는 것일까? 지금 우리의 모습 속에서 17세기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사회가 겪은 사회적 환경을 떠올린다. 북유럽은 서유럽 프랑스와 달랐다. 프랑스는 루이 14세 같은 한 마디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왕이 존재하는 사회였지만, 북유럽은 서민이 주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민들은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졌다. 누군가의 군림 아래 살지 않으며 이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들도 ‘작은 나’가 모여 이뤄진다는 공화국의 가치를 믿었다. 부부간의 관계도 평등하다보니 부부 초상화가 많았고 공화국을 선도하는 각종 ‘협회’ 회원들의 집단 초상화도 자주 그렸다. 생의 탄탄한 자신감이 뒷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인테리어화라고 해서 자신들의 거주공간도 그림으로 남겼다 오늘날 SNS에 쏟아지는 인테리어 사진과 다르지 않았다.

패션보다 공간

17세기부터 방이란 공간은 우리를 남자와 여자, 성인과 아이로 구분 지었다. 남자들은 비즈니스 스위트를, 여성들은 부두아(Boudoir)라 불리는 내실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의 방이 생긴 것은 18세기 말을 훨씬 넘어서였다. 방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인테리어란 인간이 거주하는 실내를 건축(建築)하는 행위다. 한자의 ‘건’에는 인간 상호간의 약속을 정하고, 이 약속이 미래에까지 전달되는 장소를 짓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인테리어도 다르지 않다. 가족 구성원 상호간의 희망이 담기는 곳을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패션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배운 게 있다. 어느 시대든 패션과 인테리어, 건축은 한 몸이었다는 것이다. 패션사를 공부하는 내가, 최근 각종 리빙 페어와 인테리어 세미나를 다닌다. 공간과 패션이 하나로 묶이는 시대다. 뗄 수 없는 두 고리의 연결부분을 이해하는 건 기본이다.
 
/패션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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