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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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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수진 디자이너의 패션 칼럼 (12)
 
디지털 패션 테크 - 현실적 교감은 어떤가 (1)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필자는 흔치 않은 혼종이다. 학부생 시절 교보재로 보았던 영상 속 세상이 지금의 IoT(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더 나아가 인공지능 그리고 이것이 집적된 무인 체험형 매장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피지컬 미디어와 웨어러블 아티스트인 후세인 샬라얀을 흠모했던 나는 이후 정통성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자, 내 DNA 중 하나였던 디지털 테크닉을 지우고 살았다.

디자이너 김수진으로 디지털 패션 테크라는 미명하에 산학협력 제안이나, 사업 검토 조언을 듣고자 마주한 엔지니어들이 다수다. 하지만 헤어진 이후에는 너무나 다른 두뇌구조를 가진 이들과 어떻게 해야 소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각각의 필요를 우리의 필요로 확산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들은 현실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과학자’ 였다. 혹은 트렌드에 잠시 휩쓸려 전혀 서로 도움이 될 수 없는 전략을 짜온 장사꾼이거나.

패션 실무의 젊은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자신의 일도, 세상도, ‘아직’ 아닌 공허한 외침이었다.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사실상 젊은 실무자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어쩌다 하는 협업 마케팅에 불과한 것이 현주소 이다.

모든 혁신의 출발은 필요를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런웨이 위에 선 모델들의 손에 스마트 폰 등 IT 디바이스를 들게 하고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등장토록 하는 것이 패션 문화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라고 하니 이토록 가벼운 상상력이라니. 

패션 전시 기획자는 가열차게 큰 포부를 가지고 테크놀로지 존을 만들지만, 정작 그 안에서 상상하며 사유하는 패션계 실무자는 없다.

물론 빅데이터, 옴니채널, 웨어러블, 3D 프린팅, 인공지능(AI),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 필요에 의해 다변화되며 발전도 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한 공간 안에 묶어 자금 걱정 없이 연구개발을 시킬 수 있는 대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스마트폰 충전 재킷이나 스마트 폰으로 온도 습도를 제어하는 재킷 등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의류를 개발 중이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마더 디바이스가 없이는 스스로 구현하지 않는 부가기능이다.

현재의 성과를 흠집 내려는 것이 아니다. ‘필요’라는 운동장이 기울어있다. 아래의 두 사례를 보자.

작년 5월 인디고고와 킥스타터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여성용 가방이 있다.

사용자의 지문을 인식하는 스마트 백이다. 기존의 가방에 지문인식, 블루투스 등의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여 보안과 실용성을 높였다. RFID 도용방지를 위한 전파 차단 소재도 사용했다. 거기에 당연하다는 듯이 분실 방지 기능에 무선 충전 장치까지 더해졌다. 물론 이 역시 마더 디바이스는 필요하다.

그러나 반지나 시계 등 국한된 액세서리 디바이스에서 사용자의 필요, 디자이너의 필요, 엔지니어의 필요가 합쳐진 좋은 예이다.

두 번째,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빙상 연맹은 삼성과 협력하여 ‘스마트 슈트’를 입고 훈련했다. 내장된 센서를 통해 속도 자세를 측정하고 자료화 할 뿐 아니라, 진동 신호로 선수들의 자세 교정을 도왔다. 이는 특수 분야에 ‘필요’와 기술력이 웨어러블로 만나 성과를 이룬 예시이다.

제품 디자인과 기술이 만나기는 쉽다. 그 기술을 좀 더 쉽고 편하고 아름답게 구현하는 데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패션과 기술이 만나는 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국내 패션의 현실 세상을 살고 있는 이들의 현실적인 ‘필요’가 스스로 상상하지 않는다면, 업무 효율성 증대, 리드 타임 단축이 꿀 수 있는 최대의 꿈일지도 모른다.

다음 칼럼에서는 그 상상의 사례와 한계,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다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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