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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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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의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지 않는 나라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석정혜 디자이너가 최근 결별했다.
사실 석 CD의 신세계 행은 많은 디자이너들의 부러움을 샀다. 톰보이의 사례를 포함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디자인 부서의 독립성 보장과 자금, 마케팅 지원이 탄탄한 곳으로 알려져 왔다.
올 하반기 런칭을 위해 수차례 품평회까지 마친 신세계가 끝내 상황을 고려해 브랜드 런칭 포기를 결정한 것이다. 석 CD가 배석하지 않은 중역 회의에서 최종 런칭 보류가 결정됐다.
다른 사례도 있다. 한 업체는 런칭 직전 철통 보안을 해도 모자랄 판에 경쟁사 매니저들에게까지 상품을 공개한 품평 과정을 거쳐 런칭 여부를 결정지었다.
본사 측은 컨셉츄얼 디자인이 시장에 과연 먹힐까가 불안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CD의 자존심은 뒷전이었고 오로지 ‘매출’을 바라본 조치였다.
패션 회사들은 매출이 떨어지면 디자이너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아이덴티티가 강하면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시장성이 크면 너무 평범하다고 지적한다. 매출의 등락에 따라 디자이너의 입지도 춤을 춘다.
이런 분위기에서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흔치 않다. 국내 핸드백 시장의 획일화와 현재의 침체 원인 중 하나는 분명 이러한 문제에 있다.
국내 디자인 디렉터는 계약직이 많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고 업무량은 더 많다. 그렇다고 재무, 영업, 기획 임원처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일찍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스템이 발달한 해외는 어떤가.
해외 CD는 독립성을 인정받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단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따라온다. 미래를 보장 받지는 못한다.
디자이너들도 ‘미래의 보장’을 원치 않는다. 합당한 페이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믿어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브랜드 업체 역시 디자이너의 스타성과 실력만 보고 지원을 한다. 그래서일까. 국내외 연봉 격차는 두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해당 직군에 대한 시각적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본질은 CD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데 있다.
업계 대부분의, 소위 잘 나간다는 디자이너들조차 ‘소모품’ 취급을 받았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결국 디자인이라는 패션의 핵심 기능을 존중하는 태도가 국내 패션 업계는 좀 부족한 것 같다.
‘구찌’는 무명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일으켜 세웠고 고루했던 ‘발렌시아가’는 스트리트캐주얼 ‘베트멍’을 만든 뎀나 바잘리아를 만나 부활했다.
그들의 변곡점에는 무명의 CD가 있었다. 이들은 남 눈치 보지 않고, 제재 없이 혁신을 주도해 나갔다.
파격적인 아이콘으로 미국 뉴욕 패션계를 강타한 한국 디자이너 카이민은 “한국에서는 남에게 나를 맞추는 디자인을 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나를 탐구한다. 독창성을 존중해주고 콘텐츠가 흥미로우면 알아서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데이터로 다음 시즌 상품을 만들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 패션 업계에 강한 울림을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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