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 접어든 온라인 ‘판(販)’이 바뀐다

발행 2018년 04월 09일

성혜원기자 , shw@apparelnews.co.kr

무신사, W컨셉, 29CM, 스타일쉐어 등 온라인과 앱을 기반으로 한 패션 유통 플랫폼들은 불과 몇 년 사이 캐주얼 시장의 메인 무대로 자리 잡았다. 1020 세대 젊은 층들은 백화점 보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쇼핑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무려 1조 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커졌다. 올해 무신사의 거래액이 3천억 원, W컨셉이 1천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후발주자인 29CM와 스타일쉐어는 지난해 각각 300억 원을 기록, 최근 흡수합병하면서 오는 2020 년까지 거래액 5천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과 콘텐츠 동반 성장…캐주얼 시장 재편


온라인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눈에 띄는 성장 세를 보여 왔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개성 넘치는 소호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유통과 콘텐츠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어라운드코너 등 오프라인 편집숍의 등장과 더불어 무신사, 힙합퍼, 지트리트 등 온라인 플랫폼들까지 가세하면서 소호 브랜드들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장이 형성 됐다. 지금도 매년 수 백 개의 새로운 브랜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 수가 연간 1천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 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제도권 유통과 달리 젊은 창작자들이 최소한의 자본과 열정만으로 사업이 가능한 돌파구를 제공하며 형성된 시장이다.

 

한두 스타일만 제작해 홈페이지에 띄운 후 반응을 본 뒤 스타일을 확대하거나 브랜드를 아예 접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실시간으로 반응이 확인되고 진입장벽이 낮다.

 

하지만 그만큼의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다.  먼저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가 가장 큰 문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의존한 판매가 이루어지는 온라인의 특성상 이러한 문제가 잦을 수밖에 없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는 온라인 시장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는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다른 브랜드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취약한 경영 관리 능력…가격 경쟁 일변도 탈피해야
 
두 번째는 시스템 관리의 부재다. 온라인 브랜드 대부분이 국내 생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열악한 제조 환경으로 규모를 늘리는데 한계를 느낀다. 또 추가 생산이 필요한 경우 자본이 부족하거나 원단의 스팟 공급에 제동이 걸리는 등 사실상 기본적인 운영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아직 상당수다. 업계는 통상 온라인만을 통해 전개하는 브랜드가 국내에서 올릴 수 있는 최대 연매출은 100~200억 원 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들의 몸집은 불어나는 반면 입점 브랜드들이 유통할 수 있는 곳은 몇몇 플랫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오프라인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펠틱스, 팬콧 등 온라인성공을 발판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했다 좌초된 사례가 이미 여럿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은 실시간으로 반응이 확인되기 때문에 오늘 만들어 오늘 판다. 재고와 판매율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순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온라인 브랜드의 무기인 가성비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I.T, 아소스, 육스, 네타포르테 등 해외 유명 편집숍과 백화점, 온라인몰이 국내 브랜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이제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온라인을 키운 소비자들 역시 성장 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로운 성장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인터뷰 - 황재익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

“온라인 업계는 지금 시대의 전환기에서 ‘세대차이’와 싸우고 있다”


열악한 제조환경, 전자상거래 유통법 보완 시급

왜곡된 가격 경쟁 흐름… 업계 스스로 끊어내야


황재익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는 온라인 시장의 작동 원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조 환경(생산 업체), 전자상거래 관련 제도 등이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노후화된 제조 인력, 과거 생산 구조로 인해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요구하는 온라인 브랜드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경쟁력 있는 젊은 제조 인력들이 베트남 등지로 빠져 나가면서 국내 생산이 반드시 필요한 온라인 업계의 인프라도 더욱 취약해진 상황에 대한 우려다.

 

그는 또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자상거래법, 유통법의 개정도 시급히 해결되 어야할 과제라고 했다. 서울시가 전자상거래 지원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매우 부족한 단계라는 것.

 

업계 내부적으로는 가격 경쟁에 치우친 현재의 왜곡된 흐름에 대한 자정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가성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쓰지만 제품 자체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크게 줄었다. 반면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질 만큼 높아져 있다. 온라인은 저가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라고 말한다.

 

유통(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는 반품, 교환 등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 유통 과정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W컨셉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유통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고, 신진 디자이너를 인큐베이팅하는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합리적이면서 남다른 것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이를 인정하면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황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는 해외 어느 국가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온라인 쇼핑 강국이 됐다. 플랫폼과 창작자들, 소비자들이 함께 가장 매력적인 온라인 패션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시아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물류적으로도 매우 유리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가 제대로 인지했으면 한다. 그러면 ‘세대차이’를 돌파하기가 좀 수월해질 것 같다”고 했다. 

 

더블유컨셉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1천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SK네트웍스의 신규사업 부가 아이에스커머스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 후 온라인몰 ‘위즈위드’에 이어 지난 2011년 ‘더블유컨셉’을 선보였다.

 

최근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 80%를 보유 하고 있는 아이에스이커머스는 지분 60%를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충분한 자본까지 확보한 더블유컨셉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입점하고 싶어 하는 플랫폼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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